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BSM(Board Skills Matrix)은 기업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도구다. 이사회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이사들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BSM을 작성해 이사들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사회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기업이 BSM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공개할 법적 의무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지주사 LG도 내부적으로 BSM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배구조보고서와 ESG보고서 등에 공시된 내용과 각각의 이력을 통해 전문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LG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7명 가운데 사내이사 3명은 모두 기업경영 전문가다. 기술과 재무 분야에서 오래 몸담았다는 경력을 감안해 추가로 산업·기술과 금융·재무 전문가로도 분류됐다. 사외이사 4명은 교수, 기업인, 변호사 등으로 꾸려졌다. 특히 사외이사 절반은 법률·규제 전문가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내이사 3명 기업경영 전문가, 산업·기술·재무 지식도 보유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LG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73점으로 산출됐다.
BSM 또한 자체 기준을 만들어 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과 주특기를 분류했다. LG가 지난 5월 발표한 기업기배구조보고서를 바탕으로 이사들의 전문분야를 BSM에 대입했다. △기업경영 △금융·재무 △법률·규제 △산업·기술 △국제경영·통상 △ESG 등 7개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사내이사 3명은 모두 기업경영 전문가로 분류됐다.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이후 2018년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권봉석 부회장은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2020년 LG전자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 줄곧 LG전자에 몸담았다. 이 같은 경력을 감안해 산업·기술 전문성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범종 사장은 경영지원부문 부문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다. 하 사장은 2011년 LG화학 재무관리팀 상무로 재직한 이후 LG 재무관리팀 팀장을 역임했다. 이 점을 고려해 재무 전문성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사외이사 절반 법률·규제 전문가, ESG·금융·재무 전문가도 확보
사외이사 4명 중 절반은 법률·규제 전문가로 구분됐다. 조성욱 사외이사와 박종수 사외이사가 이에 해당한다. 조 사외이사는 법률 전문가다.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내고 현재 법무법인 화우에서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박 사외이사는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2004년부터 20년 넘게 학계에 몸담아왔다. 그는 조세 정책 전문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이력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세무학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종수 사외이사는 금융·재무 전문가로 분류됐다. 공인회계사인 그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20년 넘게 학계에 몸담아온 회계·감사 전문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한국회계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이수영 사외이사는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LG 이사회에서 홀로 여성인 그는 기업 경영 경험을 보유한 유일한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이 사외이사는 현재 에코매니지먼트 코리아홀딩스(EMK)의 대표집행임원을 맡고 있다. 그는 환경사업 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삼성전자를 거쳐 2003년 코오롱그룹에 입사한 후 환경 서비스 회사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코오롱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사외이사의 합류로 LG의 이사회는 성별과 경력 면에서 다양성을 갖추게 됐다. LG는 이사회의 전문성·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2년 6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경영(조직운영), 경제·법률·회계·환경 등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 관련 산업의 전문성 보유 여부, 사외이사 직무에 대한 이해도 등이 포함돼있다. 성별·연령·경험 및 배경·국적·인종·종교·민족 등 다양성을 위한 항목 또한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