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뒤에는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글로벌 판매량 5위에서 3위 완성차 메이커로 만들고, 현대차가 연간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초과 달성하는 경영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오너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정 회장과 장재훈 사장, 이동석 사장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다.
대표이사인 정 회장은 이사회에서 맡는 역할이 다양하다. 현대차가 사외이사가 중심인 기업보다 이사회 독립성에서 높은 점수 받기 어려운 이유다. 정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사외이사 추천 위원회(사추위) 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 활동과 평가, 주주 보고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이사진 참여 활발, 이사회 정보 공개 충실
THE CFO가 진행한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현대차는 총 255점 중 198점을 기록했다. 현대차 이사회를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 등 6가지 항목별 지표(각 5점 만점)로 평가한 결과다. 현대차가 지난 5월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사회 ‘정보 접근성' 항목에서 가장 높은 평점인 4.7점을 받았다. 현대차는 홈페이지에 이사회 구성과 역량 구성표(BSM), 활동 내역을 게재한다. 사추위가 사외이사 후보 제안자까지는 공개하지 않아 일부 감점이 있었다.
이사회 '평가 개선 프로세스' 항목 평점은 4.6점이다. 현대차가 사외이사 개별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재선임에 반영해 해당 지표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평가 점수는 공개하지만 개선안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일부 점수가 차감됐다.
이사진 '참여도' 항목 평균 점수도 4.3점이다. 이사회 개최 7일 전에 안건을 통지해 이사들이 안건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90%대 출석률과 분기당1회 이상 사외이사 교육을 실시해 전문성을 강화한 점이 가점 요소였다.
현대차는 이사회 평가 항목 중 '구성'에서 가장 낮은 평균 점수인 3.2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사외이사가 의장인 기업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오너 경영인인 정 회장이 사추위 위원인 점도 감점으로 작용했다.
이사회 '견제 기능' 항목에서는 평균 3.7점을 기록했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을 적절하게 마련해 해당 지표에서 최고점(5점)을 받았다. 현대차는 인사 부문 주관하에 매년 전사 주요 임원 포지션에 대한 승계 계획을 수립한다.
사추위와 이사회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 침해 여부를 고려한 점도 이사회 '견제 기능' 가점 요인이었다. 현대차는 2021년 3월에 이사회 결의로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개정해 이사 자격과 독립성을 명문화했다. 임원 선임 시 윤리성·투명성 측면 위반 행위에 대해 검증하고, 적격성 여부를 판단한다.
총주주수익률(TSR)이나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보수를 책정하지 않아 해당 지표는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현대차는 등기이사 상여를 임원 보수 지급 기준(성과 인센티브)을 기초로 매출액·영업이익 등 사업 실적, 경영진으로서 성과·기여도, 대내외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활동 반경 넓은 정의선 회장, 이사회 '구성'에서는 감점
이사회 활동 성적표인 '경영 성과' 항목에서는 평균 4.3점을 받았다. 성장성, 수익성 지표는 대부분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현대차는 판매 물량을 증대하고, 믹스를 개선해 '매출액 162.7조원, 영업이익 15.1조원'을 달성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 성과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영업이익 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이자보상배율이 KRX 300 소속 비금융 기업 평균치(상하위 10% 종목 제외, 이하 동일)를 20% 이상 상회해 최고점을 받았다. 배당수익률, TSR, 총자산이익률(ROA)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가 관련 지표에서는 일부 감점이 있었다. 주가수익률은 평균치를 15%가량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해 4점을 받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치를 밑돌아 1점을 얻었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평균치를 웃돌아 1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