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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영풍 vs 고려아연

'7→5인'과 '9→13인' 인적구성 10년 변천사 대조적

[인물]①영풍, '사내·사외' 진용 단순화…고려아연 '기타비상무 3인'까지 포함한 라인업

박동우 기자  2024-09-26 07:17:3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은 재계 가문의 '동업'을 상징하는 회사다. 장씨 가문을 위시한 영풍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대신 경영은 최씨 가문에서 책임지는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올 들어 주주총회 표 대결과 공개매수 사태를 거치며 영풍과 고려아연은 완전히 결별하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영풍과 고려아연은 경영 의사결정 중심기구 '이사회'부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사회 인적구성의 10년 변천사를 복기하면 영풍은 7인에서 5인으로 줄어든 반면, 고려아연은 9인에서 13인으로 늘어나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영풍은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진용을 단순화했다. 고려아연은 사업 외연을 넓히고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타비상무이사 3인'까지 포함하는 라인업으로 이사회 구성원을 확대했다.

◇'최씨 가문' 인사, 2016년부터 영풍 이사회 하차

2010년 이래 올해까지 15년에 걸쳐 영풍 이사회 구성원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시현했다. 2013년 말에는 사내이사 4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2인 등 '7인 체제'로 운영했다. 당시 장형진 회장(현 고문)을 비롯해 김명수 대표이사 부사장, 석포제련소 운영을 총괄하던 민경률 전무, 경영관리 담당 강성두 전무가 사내이사로 포진했다.

10년 전에는 장씨 일가와 동업관계를 형성한 최씨 가문 인사도 영풍 이사회에 참여했다. '창업주 2세' 최창걸 명예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등기됐던 대목이 방증한다. 사외이사로는 김성인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명예교수와 장성기 전 환경부 경인지방청장 등 두 인물만 활동했다. 별도기준 총자산이 1조9807억원으로 사외이사 '3인 이상' 의무 선임을 규정한 상법 요건(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부합하지 않았던 배경과 맞닿았다.

이사회 진용은 2015년 들어 '6인 체제'로 조정됐다. 장형진 회장이 1993년 취임 이래 22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영향이 작용했다. 장 회장 사임을 계기로 영풍은 사내이사 수를 기존 4인에서 3인으로 한 명 줄였다. 다만 2015년 말을 기점으로 총자산이 2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외이사를 새롭게 충원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6년부터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뤄진 '5인 체제'를 채택했다. 사외이사를 한 자리 늘리는 대신 최창걸 명예회장이 맡던 기타비상무이사 직위를 없앴다. 영풍은 현재도 이러한 구성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사회 총원 대비 사외이사의 비중이 60%로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고 규정한 상법 제542조의8 조항을 충족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말 영풍 이사진을 살피면 과거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썬메탈 경영을 이끌었던 박영민 대표와 금융 구조조정 전문회사 골든브릿지 대표를 역임한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이들 두 인물은 근로자 사망사고를 둘러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아 최근 구속 기소됐다.

금호생명 대표를 역임한 박병욱 회계법인 청 대표, 문재인정부 당시 국무총리실 1차장으로 활약한 최창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한국방송(KBS) PD를 30여년간 지낸 박정옥 전 KBS교향악단 사장이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영풍은 이들 중 박정옥 사외이사의 전문분야를 '경영'으로 거론했는데 "문화활동을 통해 사회책임경영을 강화했으며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 제고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적시했다.


◇장형진 고문, 1993년 이래 고려아연 등기임원

고려아연은 그동안 이사회 멤버가 9인에서 11인으로, 이후 13인까지 점차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법인등기사항증명서 등을 살피면 사내이사 3인과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5인으로 이뤄진 '9인 체제'가 2010년부터 2021년 초까지 이어졌다. 사외이사 수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2명에 불과했으나 2006년 3명을 시작으로 2007년 4명, 2008년에는 5명까지 늘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장형진 영풍 고문의 고려아연 이사회 참여가 31년째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1993년 회장 취임과 동시에 고려아연 등기임원으로 합류했다. 2010년부터 기타비상무이사 직위가 부여됐는데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여덟번째 연임을 승인 받았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5.4%(525만879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계열사 고려아연의 경영을 감독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기존 9인의 라인업에서 11인으로 재편한 시점은 2021년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한 자리씩 더 늘리며 △사내이사 4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됐다. 2023년 주총을 계기로 이사회는 다시 변화를 맞았다.

사내이사를 3명으로 줄이고 기타비상무이사를 2명으로 확대했는데 이때 합류한 인사가 최내현 켐코 회장이다. 최내현 회장은 최창영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최윤범 회장의 사촌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황산니켈 생산에 특화된 기업 켐코를 이끌고 있다.

올 들어 고려아연 이사회는 13인 체제로 출범했다.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를 한 자리 더 늘린 내용이 골자다. HMG글로벌 이사이자 현대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을 겸하는 김우주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했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그룹이 설립한 해외법인으로 지난해 고려아연의 527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5% 지분을 취득했다.


사외이사 7인의 면면을 살피면 학계·관료·법조계 인사로 채웠는데 전문분야가 △규제·감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법률 △조세 등으로 폭넓다. 관료 출신 인물로는 성용락 전 감사위원 직무대행, 이민호 전 환경부 정책실장, 서대원 전 국세청 차장이 포진했다.

법조계에 몸담은 인물로는 권순범 전 대구고검장과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황덕남 변호사가 눈길을 끈다.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국민대 경영학부 교수)과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학계 출신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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