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지주사 ㈜LG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글로벌 평정기관의 평가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은 지난해 12월 ㈜LG의 ESG 등급으로 2022년 평가 점수와 같은 'BB'를 매겼다. BB는 전체 7개 등급 중 끝에서 세번째에 위치한 등급이다. ㈜LG의 ESG 등급 추이는 2019년 A(상위 세번째)를 기록한 뒤 줄곧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LG가 ESG 경영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일찌감치 설립했고 탄소중립 목표 수립, 친환경 사업 투자 확대, 그룹 차원의 ESG 경영 보고서 발간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ESG 등급이 답보하고 있다.
◇ESG 경영 본격화해도 등급 '뚝' LG그룹이 ESG 경영을 본격화한 시점은 2021년이다. 이전에도 기업의사회적책임(CSR) 활동 등 현재의 ESG 경영과 비슷한 형태의 경영활동을 펼쳐오기는 했지만 2021년들어 ESG가 전면에 등장했다. 같은해 3월 실시된 ㈜LG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ESG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계열사 LG화학이 RE100 추진을 발표하는 등 탄소감축 계획이 발표됐고, 친환경 사업으로 여겨지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도 속도가 붙었다. 여기에 더해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ESG위원회를 구성했고, 사내에 ESG위원회를 지원하는 ESG팀을 별도로 꾸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그룹 차원의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주요 계열사 필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 △온실가스 배출량 직접 감축 △탄소 흡수·제거할 수 있는 중장기적 상쇄 사업 발굴 등이 제시됐다. 이같은 탄소 저감을 위한 신규 기술 개발 등을 위해 LG그룹 차원에서 3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LG그룹의 ESG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LG의 글로벌 ESG 등급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MSCI의 평가를 살펴보면 ㈜LG의 ESG 등급은 2019년 A 등급을 획득한 이후부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A등급이었던 ㈜LG의 ESG 등급은 이듬해인 2020년 BBB로 한 단계 떨어졌고, 2년 후인 2022년 BB로 추가적인 등급 하락이 이뤄졌다. MSCI에 따르면 ㈜LG가 속한 지주사 부문에서 BB는 상위 77~87%에 해당하는 기업에게 매겨지는 등급이다.
◇지배구조, ESG 등급 걸림돌? MSCI는 ㈜LG가 ESG 중 환경(E)에 해당하는 청정기술 개발 기회(OPPORTUNITIES IN CLEAN TECH)에서는 평균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봤다. 사회(S) 부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기업행동(CORPORATE BEHAVIOR), 인적자원관리(HUMAN CAPITAL DEVELOPMENT)는 경쟁자 중 평균 수준이라고 봤다.
단 지배구조(G)에 대해서는 미흡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LG의 ESG 등급 평가에서 점수를 깎아 먹은 요인은 지배구조인 셈이다.
ESG 점수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LGIM의 ESG 평가를 통해 글로벌 평정기관들이 ㈜LG의 지배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를 살펴봤다.
LGIM은 ㈜LG의 지배구조 요소 중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사위원회의 전문성 등의 항목이 '글로벌 최소 기준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이중 감사위원회와 관련된 사안은 향후 이사회 재편 등에 따라 점수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사회 독립성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목됐다.
㈜LG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가 발간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LG는 "시시각각으로 변동하는 역동적인 경영환경에 적시에 대응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는 일원적인 이사회 구조가 더 적합한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사회 의장은 원활한 이사회 운영을 위해 기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는데, 대표이사는 사외이사에 비해 회사의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충실한 이사회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이사회 독립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되곤 한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형태가 지배구조 평가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LG의 경우 전통적으로 LG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외부인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길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LG의 지배구조 점수가 대폭 상향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LG는 지배구조보다 환경·사회 부문 점수에 집중해 전반적인 점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