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국내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지난해 시설투자에 쓴 돈만 53조원 이상, 보유 현금성자산 97조원이 넘는 공룡. 이처럼 국내 최대 수준의 막대한 자원과 위상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요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총수인 이재용 회장의 입김이 적용되겠지만 상시적인 의결은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주요 투자결정과 재무전략, 생산전략 등의 경영판단 주체는 결국 이사회다.
국내 1등인 삼성전자는 이사회 구성과 활동 등에서도 1등일까.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이사회 틀과 운영방향은 상당히 진일보했으나 가장 선진적인 형태로 평가되진 않는다. 특히 육각형 모델로 보면 전반적으로 5점 만점에 4점 초반대 포진해 있다.
그 중 가장 점수가 낮은 것은 경영성과 항목이다. 재무건전성, 주가수익률 등은 좋았으나 이익 관련 지표에서 점수가 낮은 탓이다. 지난해 반도체 불경기로 적자를 본 게 영향을 미쳤다.
◇이사회 구조·운영은 모범적, 디테일에 숨은 '옥에 티'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91점으로 산출됐다.
우선 '구성' 항목에서 평균 4.1점을 얻었다. BSM(Board Skills Matrix)과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문항에서 점수가 좀 낮았다. 사외이사 선발 등에 BSM을 작성, 활용하고 있으나 홈페이지나 지배구조보고서에서 BSM을 찾아볼 수 없어 정보 접근성에서 감점이 있었다. 여성 사외이사가 두 명 있지만 국적과 연령대에서 다양성이 떨어졌다. 구성원 전부가 50~60대였다.
BSM 분석을 보면 6명의 사외이사들 가운데 금융·재무 분야가 3명으로 가장 많다. 법률·규제가 1명, 산업·기술 1명, 국제경영·통상이 2명, ESG에 2명이다. 외환은행장을 지낸 김한조 이사와 금융위원장은 역임한 신제윤 이사, 싱가포르투자청(GIC) 출신 김준성 이사 등 금융권 종사자들이 많았다.
'참여도' 항목에선 4점을 받았다. 공시대상기간(2023년 1~12월) 동안 삼성전자는 정기 이사회는 7회, 임시이사회를 1회 개최했다. 월 1회씩 개최하던 최상위권 기업들보다 횟수가 적어 감점이 있었다. 감사위원회 지원조직은 있으나 관련 교육은 연 1회 정도라 횟수가 적은 것도 점수에 안 좋은 영향을 줬다.
'견제기능' 항목은 4.2점으로 채점됐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운영하지만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아 후보 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또 지배구조보고서에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나 충실하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기술하지 않는 게 감점요인이다.
◇재무건전성 우수, 이익지표 1점대
'정보접근성' 항목에선 4점이 나왔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게 가장 큰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결국 독립성, 견제기능과도 연계된 부분이다.
이사회 활동을 평가하고 추후 활동에 반영하는 '평가 개선 프로세스' 항목에선 4.1점이 나왔다. 이사회 평가 결과를 주주들이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점수를 깎았다. 이사회 평가방식에 대해서도 외부평가, 내부평가(상호평가 등), 자기평가를 모두 수행하기보다 내부평가만 하는 점이 지목됐다.
'경영성과' 항목에선 양극단으로 갈렸다. 평점 2.8점이 나았다. 육각형 평가모델에서 한쪽이 찌그러진 아쉬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 매출·영업이익성장률 등 성과와 수익성 지표는 모두 1점에 머물렀다. 주가수익률이나 총주주수익률(TSR)도 마찬가지다.
반면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건전성으로 우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꺾였으나 탄탄한 재무구조와 시장의 신뢰성 회복을 끌어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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