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평가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사회 평가를 통해 이사회의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이사회의 성장 또한 이끌어낼 수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투명한 평가가 없다면 ‘고인물’이 되기 십상이다.
지주사 LG는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사외이사 평가 결과는 재선임에도 반영된다. 다만 평가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사회 활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정도경영’ 이사회 사법 리스크 제로, 외부 평가기관 ESG 평가는 엇갈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LG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73점으로 산출됐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항목은 이사회와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반영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LG는 이 항목에서 35점 만점에 23점을 받았다. 평점은 5점 만점에 3.3점으로 집계됐다.
이사회 구성원의 사법 리스크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LG는 가볍게 만점인 5점을 받았다. LG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 ‘오너 리스크’가 가장 낮은 기업으로 꼽힌다. 오너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법 이슈에 휘말리면 통상적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이사회는 ‘선긋기’에 나선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한번 추락한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비용이 든다.
현재 LG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회장뿐 아니라 LG그룹의 선대 회장들은 대대로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로웠다. 2018년 세상을 떠난 구본무 전 회장도 정도경영을 실천했던 모범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G는 이사회 구성원 선임에서도 정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책임이 있는 자를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기 위한 규정을 세우고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은 등기 임원과 미등기 임원 모두에게 해당된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은 엇갈렸다. 다만 THE CFO가 평가 기준으로 삼은 한국 ESG기준원(KCGS)의 등급은 좋아서 5점으로 채점됐다. KRX ESG 포털에 따르면 LG는 한국 ESG 기준원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A(우수)등급을 받았다. 올해 기준 평가 점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무디스나 MSCI, S&P 등 해외 평가기관들로부터 받은 점수는 높지 않았다. 무디스는 올해 종합점수 23점을 줬다. 이는 무디스의 자체 평가 등급(Advanced, Robust, Limited, Weak) 가운데 최하 등급인 Weak(29점 이하)에 해당한다. MSCI도 총 7단계 중 5번째 순위인 BB로 평가했다. S&P로부터는 100점 만점 중 절반 수준인 48점을 받았다.
◇사외이사 대상 개별평가 진행, 공식적인 이사회 평가는 없어 LG는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이사 재선임에도 반영하고 있다. 이에 해당 항목에서는 모두 만점인 5점을 얻었다.
LG는 사외이사 평가는 이사회 사무국과 인사부서, 사내이사 등이 정량적·정성적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행한다. 이사회 참석률과 이사회 안건에 대한 실효성 높은 제언을 제공했는지, 전문가로서 주요한 경영 의사결정에 적절한 자문을 제공했는지 등이 평가 대상이다. 활동을 평가하며 재선임 추천 여부도 함께 결정한다. 사외이사의 공정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평가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지는 않고 있다.
반면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는 미흡했다. LG는 아직까지 이사회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 체계를 마련해 두지 않았다. 이에 해당 항목은 최저점인 1점으로 평가됐다. 이사회 평가를 통한 개선안 마련 여부를 묻는 항목 또한 1점으로 채점됐다.
LG 관계자는 "별도로 평가 지표를 마련해 이사회 활동을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이사회 사무국 차원에서 이사회의 효율적인 운용과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 확대, 이사들 간의 의견 교류 활성화 등을 위해 매년 부족한 점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이사들에게 별도 보고해 적용하는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도 1점에 그쳤다. LG는 사외이사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홈페이지나 사업보고서 등에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주들이 사외이사의 평가 내용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