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현대자동차는 오래전부터 오너 경영인이 이사회에서 1인 3역을 맡는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모두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사외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정 회장은 책임 경영을 실천하며 현대차 성장을 이끌었다. 전동화·수소·로보틱스·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성과와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오너 경영인인 정 회장이 이사회에서 여러 역할을 맡고 있어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할 때 사외이사 역할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 겸직해 책임 경영, 분리 계획은 없어
THE CFO가 진행한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현대차는 6대 공통 지표(△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 중 총 45점 만점인 이사회 '구성' 항목에서 29점을 받았다. 구성 항목을 평가하는 9가지 세부 지표(각 5점 만점) 평균 점수는 3.2점이다. 현대차가 지난 5월 발표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현대차는 이사회 독립성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표이사인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해당 지표에서 최저점인 1점을 받았다. 정 회장이 사추위 위원으로도 들어가 있어 사추위 독립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1점을 받았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ESG 모범 규준'이 권고하는 사항이다. 둘을 분리하지 않은 경우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lead outside director)를 선임해 공시할 것을 권고한다.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기업 경영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이사회에 의한 경영진 감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범 규준은 이사회 내 주요 위원회인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도 권고한다. 사추위가 독립적이며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를 발굴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높은 독립성이 요구되므로 사외이사에 의한 감시・감독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과 경영 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다각화한 사업 영역을 두루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위해 사업 전반에 전문성을 가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이 의사결정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현대차는 선임 사외이사 제도 도입과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계획은 없다. 대신 이사회가 경영 감독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거친 외국인 사내이사 선임해 다양성 확보
현대차는 △이사회 규모 △이사회 역량 지표(BSM)와 전문성 관리 △이사회 지원 조직 운영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사외이사 비중과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장이 사외이사 여부인지를 평가하는 지표에서는 3점을 받았다. 이사회 내 위원회 수가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지표에서는 2점을 받아다.
지난 3월 주총 이후 현대차 이사진은 총 12명이다. 사외이사는 7명으로 비중은 58%다. THE CFO는 이사회 구성을 평가할 때 상법 기준보다 사외이사 비중이 높을수록 가점을 줬다.
현대차는 이사회 내 위원회로 상법상 의무 설치 대상인 감사위원회, 사추위 외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보수위원회를 두고 있다. 현대차는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장이 모두 사외이사다. 다만 이사회 내 위원회 수가 5개 미만이라 해당 지표에서 일부 점수가 차감됐다.
THE CFO가 실시한 이사회 평가에서는 이사회 내부에 특정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회가 많을수록 가점을 줬다. 모범 규준은 자산총액이 1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에 감사위원회와 사추위, 보상위원회 설치를 권고한다. 계열사 간 거래가 많은 기업에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현대차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대규모 내부거래를 의결한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옛 윤리위원회)에서 기능과 역할을 확대한 곳이다. ESG 관련 주요 정책과 개선 계획을 논의한다.
이사회 다양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는 4점을 받았다. 30·40대 이사진이 없어 만점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현대차 이사진 평균 연령은 59세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기업 경력을 가진 외국인 임원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국적 다양성을 충족하고 있다. 지금은 닛산에서 현대차로 합류한 스페인 출신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이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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