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 규모를 키우면서 이사진이 보유한 역량을 다양화했다. 2018년 9명이었던 이사진은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른 2019년 11명으로 늘었다. 당시 국제 금융,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충원했다.
현대차는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글로벌 최고 기업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국제 통상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글로벌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올해 현대차가 공개한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를 보면 산업·기술보다 글로벌 역량을 가진 이사진 더 많았다.
THE CFO가 자체 기준으로 현대차 BSM을 조사한 결과 필수 역량 6가지(△기업경영 △금융·재무 △법률·규제 △산업·기술 △국제경영·통상 △ESG)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현대차가 지난 5월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 밝힌 각 이사 전문 분야를 기준으로 역량을 구분했다.
현대차는 사내이사진이 채우지 못한 법률·규제 전문성을 사외이사진이 채워줬다. 사외이사진이 가장 많이 보유한 역량은 각각 금융·재무와 국제경영·통상이다.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해당 역량을 전문 분야로 보고했다.
현대차는 올해 스스로 작성한 BSM을 공개했다. 이사회 구성에 대한 적정성과 운영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원별 역량과 다양성을 표 형태로 공시했다. 현대차가 선정한 이사회 역량 지표는 △리더십 △회계·재무·경영 △산업·기술 △법률·정책 △글로벌 역량 △ESG 등 6가지다.
현대차는 이사진 12명이 모두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했다. 회계·재무·경영은 12명 중 10명(83%), 글로벌 역량과 ESG는 9명(75%), 산업·기술과 법률·정책은 6명(50%)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너 경영인인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역량도 드러난다. 정 회장은 6가지 역량 지표 중 △리더십 △회계·재무·경영 △산업·기술 △글로벌 역량 △ESG를 갖추고 있다고 표기했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은 역량 지표에 빈칸이 없었다. 장재훈 대표이사(사장)와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법률·정책, 이동석 국내 생산 담당·안전 보건 최고책임자(사장)는 글로벌 역량 한 칸만 비어있었다.
현대차 사외이사진은 리더십 다음으로 △회계·재무·경영 △글로벌 역량 △ESG를 보유한 이가 많았다. 3가지 역량 지표는 사외이사 7명 중 5명이 보유하고 있다고 표기했다. 사외이사 중 법률·정책 역량은 4명, 산업·기술 역량은 1명이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이사회 글로벌 역량을 제고하고 있다. 그해 3월 윤치원 사외이사, 유진 오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면서 해당 역량을 강화했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 글로벌 역량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윤 사외이사와 유진 오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윤 사외이사는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등을 지내며 글로벌 안목과 재무 전문성을 지니고 있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윤 사외이사의 국제적인 안목과 리더십, 세계적인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진 오 사외이사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더 캐피탈 그룹 컴퍼니즈(Capital Group Companies)에서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로 활동하며 글로벌 비즈니스와 금융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했다. 이사회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와 미래 사업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는 호세 무뇨스 사장을 사내이사로, 장승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호세 무뇨스 사장은 닛산에서 전사 성과 총괄(Chief Performance Officer)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서 업무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었다.
장 사외이사는 국제 거래법 분야 전문가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 국제중재법원 중재인 등 국제 기구·정부 기관 경험을 보유한 국제 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장 사외이사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통상 이슈에 대한 조언뿐 아니라, 글로벌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력 있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글로벌 판매 대수 목표는 555만대로 제시했다. 올 1~7월 현대차 누적 판매 대수는 239만5937대다. 같은 기간 해외 판매 비중은 83%(199만4224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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