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세부 업무를 위임받는 산하 조직이다. 업무수행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모범규준상 활성화가 권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런 위원회 설치에 있어서 상당히 선진적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게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를 제외하고도 3개 위원회를 추가로 운영 중이다. 특히 5개 위원회의 위원장을 전부 사외이사로 구성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만큼 독립성 측면에서 유리한 형태를 갖췄단 뜻이다.
◇소위원회 구성 최고점, 독립성 '바람직'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HD현대중공업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2점으로 산출됐다.
구성 지표의 경우 45점 만점에 32점,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3.4점이 나왔다. 특히 '모든 소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현재 HD현대중공업 이사회는 5명이다. 사내이사엔 이상균 대표와 노진율 대표만 올랐고 사외이사는 채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박현정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동목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로 꾸려졌다.
이 멤버들이 구성하는 소위원회를 보면 사추위와 감사위 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총 5개 위원회다. 2020년까지 3개뿐이었으나 이듬해 그룹 차원에서 ESG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올해 2월부로 보상위원회도 신규 설치됐다.
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사추위와 ESG위는 신동목 교수, 내부거래위와 보상위를 박현정 교수, 감사위원회는 채준 교수가 각각 맡았다. 사내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는 하나도 없는 셈인데,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바람직한 구성이다.
이사회 지원조직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관련 항목이 만점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사회 지원조직으로 회계부 아래 재무주식과를 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재무주식과는 예산이 따로 부여되는 조직이며 이사회 관리와 지원, 안건 관리 등 여러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 임원인 고병조 상무가 재무주식과도 담당한다.
또 만점이 나온 부분은 'BSM(이사회 역량 측정 지표, Board Skills Matrix)' 관련 항목이다. BSM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업무 역량과 다양성을 매트릭스 형태로 분류, 평가하는 지표다. 미국 뉴욕시 연기금 등이 권고하면서 S&P500 소속 글로벌 기업들이 공시를 시작했고 호주는 이미 공시가 의무로 바뀌었다 .
HD현대중공업은 내부적으로 BSM을 작성,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ESG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THE CFO는 구성 지표에서 BSM 측정의 결과와 무관하게 BSM 관리 여부와 접근성만을 평가하며 HD현대중공업은 접근성 면에서 특별한 모자람이 없었다.
◇문제는 '대표-의장 미분리'…규모도 약점
위원회 설치가 올려둔 HD현대중공업의 '구성' 점수를 낮춘 요인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지 않고 선임사외이사도 선임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가 아닌 이상균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이사회 규모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약점 역시 감점요소로 작용했다.
사추위의 세부적 구성도 중간 점수(3점)에 그쳤다. 감사위와 보상위는 전원 사외이사(3인)로만 채워졌지만 사추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추위는 총 4명으로 사외이사 3명 전부와 이상균 대표이사가 포함돼 있다.
이밖에 내부거래위는 사추위와 동일한 인원으로 구성됐으며 ESG위원회의 경우 사외이사 3인 외에 노진율 대표이사가 참여한다.
국적과 성별, 연령, 경력 등의 다양성 측면에선 마찬가지로 3점을 받았다. 여성 사외이사인 박현정 교수가 포함됐으나 만 나이 기준으로 연령은 60대에 쏠려 있었다. 박 교수가 40대 후반으로 가장 젊었다. 국적은 5인 모두 한국으로 같았고 HD현대그룹 외 다른 기업에서 경영활동을 했던 이사회 멤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