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위해 이사회의 구성이 중요해지자 기업들은 사내 전문가와 재무, 법률, IT(로봇, 인공지능), ESG, 금융, 투자, 환경, 에너지, 국제통상,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 역량이 검증된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BSM(Board Skills Matrix)을 작성,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BSM을 작성해 활용하고 있다. 다만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이사 구성원의 전문분야를 표기하고 있을 뿐이다. 사내이사들은 모두 주요 사업부문의 수장들로서 경영과 산업·기술 역량을 갖춘 이들이다. 사외이사의 경우 교수 출신 2명, 관료 출신 2명, 금융회사 출신 2명으로 분포돼 있다. 사외이사의 절반은 금융·재무 분야에 주특기를 가진 인물이란 게 특징이다.

◇사내이사 4인, 기업경영과 산업·기술 전문가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91점으로 산출됐다.

BSM 역시 자체 기준으로 작성해 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과 주특기를 살펴봤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참고해 이사들의 전문분야를 BSM에 대입했다. △기업경영 △금융·재무 △법률·규제 △산업·기술 △국제경영·통상 △ESG 등 7개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사내이사 4명은 대부분 기업경영과 산업·기술로 분류됐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오래 근무한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무선사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 메모리사업부에서 커리어를 쌓은 이정배 사장(메모리사업부장) 등은 가전·스마트폰·반도체 기술의 전문가들이다.


재무팀과 지원팀에서 오래 근무한 박학규 사장(경영지원실장) 역시 재무와 기업경영이 전문분야다. 경계현 사장이 사임한 후 공석이 된 사내이사 한 자리는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승계할 예정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전 부회장 역시 BSM에선 기업경영과 산업·기술로 분류된다.

◇사외이사 절반 '금융·재무' 전문…은행·GIC·금융위 출신

사외이사 6인 가운데 의장과 감사위원장, 지속가능경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조 사외이사는 금융·재무와 ESG로 분류됐다. 외환은행장,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 은행에서 사회경력의 대부분을 지냈으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사회공헌 업무도 직접 맡은 경험이 있다.

김준성 사외이사는 금융·재무와 국제경영·통상으로 구분됐다. 삼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의 토털리턴그룹 헤드를 지냈던 그는 현재 싱가포르국립대 기부금 펀드(Endowment Fund)의 CIO를 맡고 있다. 금융투자와 글로벌 시장 감각을 가진 인물이다.

허은녕 사외이사는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로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등을 지낸 인사다. 환경과 에너지 분야 전문이라 ESG로 분류됐다. 조혜경 사외이사의 경우 한성대학교 AI응용학과 교수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사, 한국로봇학회 회장 등을 지낸 로봇 전문가라 산업·기술로 분류됐다.

관료 출신인 유명희 사외이사와 신제윤 사외이사는 각각 국제경영·통상과 법률·규제, 금융·재무와 법률·규제로 분류됐다. 유 사외이사는 외교통상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근무하며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인사로 국제통상과 무역규제 등의 전문가다. 신제윤 사외이사의 경우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금융위원장을 역임, 경제정책과 금융관련 법규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