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4 이사회 평가

ESG 강화하는 HD현중…5년 무배당에 육각형 '발목'

[총평]①255점 만점 중 152점, 6개 지표 대부분 3점대 포진…'견제기능'서 최고점

고진영 기자  2024-08-22 10:48:22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D현대그룹이 3세 시대를 향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정기선 부회장이 3년 전 사장에 올랐을 때부터 실질적인 경영 승계를 분명히 했다. 젊은 총수의 등장은 그룹 전반적인 정체성 변화를 같이 가지고 왔다.

기존 HD현대가 조선회사로서 색깔이 뚜렷했다면 정 부회장이 추구하는 HD현대는 더 기술중심적이고 미래적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중공업이 가진 전통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에 열중해왔다. 그룹 차원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중요해진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HD현대그룹은 2021년 이후 9개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만들고 올 초엔 HD한국조선해양과 3개 자회사(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가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을 보면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적잖이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THE CFO가 이사회를 육각형 모델로 평가했을 때 대부분의 항목에서 5점 만점에 3점대점수를 받았다. 견제기능, 구성 참여도 측면에선 양호했던 반면 경영성과가 1점대에 머무르면서 총점을 깎아먹었다. 지난해 큰 폭의 매출 성장에도 불구 무배당에 그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견제기능·참여도 양호, 주주환원책 정보 '모호'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HD현대중공업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2점으로 산출됐다.

HD현대중공업이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지표는 '견제기능'이다. 3.8점을 받았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 점, 내부거래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는 점 등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감사위원회 역시 전원 사외이사로 꾸려져 있다.

이사회 조합의 다양성과 적합도 등을 살피는 '구성' 지표는' 3.6점이다. 우선 5개 위원회의 소위원회 위원장이 모두 사외이사라 이 항목에선 최고점을 받았다. ESG보고서를 통해 BSM(Board Skills Matrix)을 공개하고 있는 점도 점수에 좋은 영향을 줬다. 다만 이사회 규모가 5명으로 작은 데다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와 분리되지 않아 감점 요인이 됐다.

'참여도' 점수의 경우 3.4점으로 '구성' 점수보다 조금 낮았다. 감사위원회 지원조직인 내부회계관리팀을 따로 두고 주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연간 3회 이상 개최하기도 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연간 3회 이상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위원회 개최 횟수는 충분치 않았다. 안건 숙지 기간도 짧았는데 평균 이틀 전에 통지했다

이밖에 '정보접근성' 지표는 3.0점이 나왔다. HD현대중공업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73%대로 양호했으며 이사회 활동내역도 찾기 쉽게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환원정책이 취약했다. 사업보고서상 배당성향(별도 기준) 30% 이상을 목표로 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다. 추후 배당 계획에 대해선 '투자, 현금흐름, 재무구조, 배당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모호하게 적고 있을 뿐이다.

◇최대 약점은 '경영성과'…'평가 프로세스'도 미진

HD현대중공업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평가개선 프로세스'와 '경영성과' 지표다. 특히 '경영성과' 점수는 1.7점에 그쳤다. 2023년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이 32.3%를 기록했는데도 이 지표 평가가 1점대에 그친 이유는 뭘까. 매출과 영업이익성장률을 제외하면 경영성과 항목이 전부 1점을 받은 탓이다.

특히 TSR(총주주수익률), ROE(총자산이익률) 등 배당과 순이익 관련 항목에서 힘을 쓰지 못해 육각형을 찌그러뜨렸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 경기 침체 영향으로 2019년 설립 이후 배당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기순손익에서 매년 손해를 보다가 지난해 겨우 적자를 면했고, 현금창출력이 개선되긴 했으나 차입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인 점도 부담이다.
HD현대중공업 영업이익 및 순이익 추이(출처: thecfo.kr)

또 '평가개선 프로세스 역시 2.7점으로 미진한 수준에 머물렀다. HD현대중공업은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를 수행하지만 개선안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대표이사가 중해재해발생과 관련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점에서도 큰 감점이 있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시리즈 모아 보기

2024 이사회 평가

25현대차, 독립성보다 투명성 높인 이사회
26'오너' 기업 LG,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탄탄’
27LG 사외이사 추천 경로 '미공개', 주주환원정책도 아쉬워
28SK하이닉스, 이사회 중심 경영 저변에 3개 위원회
29크래프톤 참여율은 '발군', 소위원회 활동은 '미흡'
30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모범생' HD현대중공업
31LG엔솔, '경영진 독립' 대신 '그룹과 발 맞추는' 이사회
32'사법 리스크 무풍지대' LG, 이사회 평가는 '미흡'
33HD현대중공업, 예측 어려운 주주환원책 이유는
34현대차, 1인 3역 하는 정의선 회장
35크래프톤, 견제기능 완비 속 아쉬운 '2%'
36삼성전자, 반도체 불황에도 재무건전성 탄탄히 지켰다
37현대차, 산업·기술보다 비중 큰 글로벌 역량
38SK하이닉스, 아쉬움 남긴 이사회 다양성
39LG, 아쉬운 주가·실적에도 재무건전성은 '탄탄'
40크래프톤, 이사회 의안 판단근거 부족 '옥의티'
41삼성전자 "사외이사 활동내역 부분적 공개 검토"
42'첫 사외이사 평가' 실시한 HD현대중공업
43네이버, '힘 못 쓰는' 주가에 아쉬운 육각형
44크래프톤, 이사진 평가 체계적…결과는 '내부자'만 공유
45기아, '송호성 대표'와 '정의선 회장' 나란히 사추위로
46현대차, 러시아 공장 매각 때만 이사회 출석률 67%
47LG를 보는 외부시선 "효율·안전성↑ 독립성 한계"
48HD현중, 경영성과 '최하점'에도 아쉽지 않은 이유
49사외이사 최초 도입한 포스코홀딩스, 우수한 이사회 '외형'
50기아 '역량구성표'에 내재된 핵심가치 '지속경영·세계화'
51현대차, 주주권익 보호 사외이사가 보수 결정
52네이버,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나비효과'
53포스코홀딩스 이사진 다양성, '절반의 확보'
1대한민국 이사회를 평가합니다
2시총 1위 삼성전자, '경영성과' 부진에 아쉬운 육각형
3삼성전자, 경영위원회 의미는 '경영·감독' 기능 분리
4삼성전자, 사외이사 주특기 보니 '금융·재무' 두각
5재계서열 4위 LG, 오너 의장 '한계' 견제기능 '우수'
6‘40대 오너 의장’ 구광모, 이사회 구성 평가엔 마이너스
7ESG 강화하는 HD현중…5년 무배당에 육각형 '발목'
8'위원회' 모범생 HD현중…위원장 모두 사외이사
9삼성전자, 이사진 충실한 참여…한끝 모자란 개최횟수
10삼성전자, '주주' 대변 사외이사 안보인다
11삼성전자, 추천경로 불투명한 사외이사 '옥의 티'
12이사회 주도하는 창업주 장병규, 크래프톤 최대 감점요소
13포스코홀딩스 우수한 참여활동, 경영성과는 '미진'
14LG 사외이사, 돋보이는 ‘법률·규제’ 전문성
15HD현중, 전문성 약점은 국제경영·ESG
16삼성전자, 사외이사 평가 반영…외부평가는 아직
17개수는 충분한데…활동 소극적인 HD현중 소위원회
18크래프톤 '투명·다양성' 확보…오너 참여로 의미 퇴색
19글로벌 사업가 출신 사외이사, 크래프톤 외연 확대
20LG 이사회 출석률 '우수', 개최 횟수는 '다소 미달'
21감사위원회 지원하는 HD현중 내부회계팀
22LG에너지솔루션, 경영 성과 제외 '꽉 찬 육각형'
23고른 고득점 SK하이닉스, 견제기능 개선 화두
24기아 '밸류업' 성과 돋보였다…정보공개 행보도 '적극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