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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크래프톤이 이사회 멤버에게 요구하고 있는 핵심역량은 리더십과 게임산업과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성 등이다. 창업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창한 대표이사 등 두 명의 사내이사가 게임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주축으로 회사를 이끌면서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힘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 BSM 핵심 역량은 리더십과 게임산업, 글로벌 전문성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에 기반해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크래프톤은 255점 만점에 176점을 받았다.
구성 항목은 45점 만점에 31점을 기록했다. 구성 항목은 9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어 각 문항 평균 점수는 3.4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각 문항 당 평균 기준으로는 참여도 항목이 4.1점으로 가장 높았고 구성과 평가개선 항목이 모두 3.4점으로 뒤를 좇았다. 정보접근성과 견제기능이 각각 3.3점이었다. 경영성과가 3.2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은 부분 중 하나는 BSM(이사회 역량구성표·Board Skills Matrix)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BSM을 구축하고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고 있다. 크래프톤 BSM은 이사 역량구성을 △조직운영·리더십 역량 △게임산업 경험·전문성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전문성 등 3개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크래프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 등 등기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로는 창업주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창한 대표가 등재돼 있다. 장 의장과 김 대표는 BSM 상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게임산업 경험과 전문성 측면에서 두 사내이사 외에 해당 역량을 보유한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었다.
장 의장의 전문 분야는 기업 경영과 투자로 김 대표가 게임 산업에 특화한 것과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장 의장은 세이클럽을 비롯해 첫눈 등 다수의 IT 기업 창업 경험과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을 설립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장 의장이 직접 크래프톤 경영과 투자 활동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 글로벌 사업역량 주목, 중장기 성공전략 흡수 노력
사외이사 대부분은 조직운영과 글로벌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분류하고 있다. 크래프톤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기업 경영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크래프톤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수경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백양희 사외이사와 장병규 이사회 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먼저 이수경 사외이사는 P&G 인터내셔널 SK-II 글로벌 CEO로 활동하고 있고 정보라 사외이사는 DCM벤처스 고문과 한국신용데이터 고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여성 웰니스 케어 기업 라엘을 창업한 백양희 사외이사는 라엘 경영 전체를 주도하고 있고 애플코리아 사장이었던 윤구 사외이사는 오토데스크디지털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이수경 사외이사에 대해 '30년 간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폭넓은 리더십 경험을 쌓아온 여성 리더'라고 평가하면서 '중장기 전략에 대한 통찰력 있는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라 사외이사는 '미국 애플과 이베이 등 글로벌 IT 회사 성장 초기 단계부터 상장 단계를 두루 경험한 경험'을 역량으로 높이 평가했다.
백양희 사외이사에 대해선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운영 및 확장을 성공적으로 주도해온 여성 기업가'라고 소개하면서 '다방면에 유의미한 의견을 제시하고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윤구 사외이사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 사업확장 경험을 쌓아왔다'면서 '성장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외이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의 경우 7명의 이사 중 유일하게 재무·회계 방면에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여은정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장으로도 감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크래프톤은 '리스크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 강화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