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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배당이다. 주주는 회사의 이익을 나눠 받을 권리뿐 아니라 배당규모를 보고 보유주식을 매도할 것인지 투자를 이어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해부터 '깜깜이 배당' 개선을 유독 강조해왔다.
THE CFO는 이사회를 평가하면서 '정보접근성' 지표를 통해 배당 예측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약점이 두드러진 부분이다. 길었던 조선업 불황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만큼 HD현대중공업은 10년 가깝게 무배당이 계속됐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HD현대중공업의 이사회 운영과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2점으로 산출됐다.
'정보접근성' 항목은 이사회 구성원 선임과 활동 등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다. HD현대중공업은 35점 만점에 21점, 평점 5점 만점에 3.0점을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 주주환원정책 공개와 관련된 문항인데 2개 모두 1점에 그쳤다.
우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보면 HD현대중공업은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 중"이라며 "사추위는 관련 법규에 따라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외이사 후보의 적합성을 검토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한국 ESG기준원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독립적인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 추천자문기관을 두도록 권고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따로 외부 자문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또 우수 기업들은 사외이사 후보 제안자(또는 기관)까지 명시하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추천 과정이나 주체 등을 공개지 않아 최하점을 받았다.
주주환원책의 경우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회사의 이익규모,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계획 및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배당을 결정하고 있으며 배당성향 30% 이상(별도 기준)을 기본 배당정책으로 한다'고 사업보고서에 적고 있다. 추후 현금흐름과 재무구조, 배당 안정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목표와 달리 HD현대중공업은 분할 전인 2014년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배당을 하지 못했다. 그 전까진 주당 2000원 이상을 매년 배당으로 꾸준히 풀었지만 2010년대 시작된 수주절벽으로 조선업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배당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순손실 기조가 계속되다 보니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 올해도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배당 재개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작년 기준으로 5000억원가량의 배당가능이익을 창출했으며 별도 기준으로 2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올해는 상반기 순이익이 1824억원으로 더 늘었다.
회사 측은 " 적절한 수준의 배당을 받을 주주의 권리가 경영여건으로 불가피하게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조선업이 긴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경영실적을 고려해 매년 1회 구체적인 배당정책 및 주주환원정책 등을 안내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HD현대주공업은 '정보접근성' 지표 가운데 이사회에 대한 내용이나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 등을 충실하게 공시하는지, 기업지배보고서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양호한지 등을 묻는 질문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산규모가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라 의무적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이 회사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73.3%로 양호해 4점으로 채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