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성전자는 자신의 이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 역시 사외이사 활동의 투명한 공개가 이사회 독립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사외이사를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외부기관을 통해 평가 받는 게 공정성을 더 담보할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한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외부전문가 역시 기업이 기관명이나 주주명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을 것임을 인정했다. 다만 사외이사의 개별평가를 수행하고 이를 재선임에 반영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호평했다.
◇이사별 활동내역 완전공개는 영업상 비밀로 어려워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91점으로 산출됐다.
삼성전자 이사회 평가 항목 중에서 경영성과를 제외하고 가장 점수가 낮은 부문은 이사회 활동과 사외이사 평가다. 외부기관이 아닌 자체 평가만 하고 또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 측도 이런 점이 미흡하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 평가를 외부기관에 맡기지 않은 이유는 사외이사를 공정하게 평가할 공신력 있는 외부평가 기관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또 외부평가를 위해선 내부 자료의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외부평가는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있으나 최대한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평가지표의 전문화 및 정량화를 추구했다. 평가 주체도 이사회 및 위원회별로 세분화해 다수의 지원 부서에서 다각적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했다.
정기공시 외 개별이사의 활동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데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각 이사별 활동내역 공개 관련해 영업상의 비밀로 인하여 공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측은 "다만 공개적인 활동 등을 구분해 활동내역을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사외이사 개별평가·반영은 바람직한 현상
삼성전자 이사회에 대한 외부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호평이다. 여타 대기업들이 주로 170~180점대인 반면 삼성전자가 190점대 점수를 받은 배경은 이사회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이사회 의장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의사결정 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바꾸려던 거버넌스 개편 시도가 크게 흔들렸다. 2017년 3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해체 후 이를 대체할 수단 중 하나로 이사회를 전면에 세웠다. 이를 위해 이듬해 의장과 CEO의 분리도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사법리스크로 의장과 경영인을 분리한 의미 자체가 퇴색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2020년 당시 박재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앉히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이뤘다. 이 같은 구도는 현재 김한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이사별 이사회 활동 전반에 대해 정기적으로 평가를 실시하는 점을 외부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장과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사외이사 개별평가를 수행하고 이를 재선임에 반영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했다.
다만 그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기업이 기관명이나 주주명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 많을 것"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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