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2021년 가을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SK온을 세웠다. 당시 시장이 SK온에 붙인 이름표는 'SK그룹의 미래'였다. 포드와 11조원대 합작, 기업가치 22조원을 인정받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미국·헝가리·중국으로 뻗어가던 증설 계획까지. 전기차 배터리는 SK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확실히 성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설립 이후 5년이 채 지나기 전에 SK온은 전기차 캐즘이라는 위기를 맞이했다. 수요가 꺾이자 SK그룹의 미래를 상징하던 대규모 합작사업과 투자유치는 이제 가장 먼저 풀고 줄여야 할 리밸런싱 대상으로 바뀌었다. SK온은 분할 당시 확보한 약 3조원의 현금을 설비투자로 2년 만에 소진했고 출범 3년도 안 돼 차입금 20조원을 짊어졌다. 영업흑자를 내지 못한 채 매년 수조원을 쏟아붓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자 SK온은 외부에서 돈을 끌어 모으던 작업을 중단하고 생존을 위해 전략을 바꿨다. SK그룹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SK엔무브를 차례로 SK온에 붙여 재무 체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프리IPO로 받았던 재무적투자자(FI) 투자금 약 3조6000억원을 갚으면서 상장 의무까지 덜어냈다. 포드와 합작 사업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돌아보면 SK온의 지난 5년은 2024년을 기점으로 확장과 수렴의 시기로 양분할 수 있다. 합작, 증설, 자금 조달로 몸집을 불린 전반부, 그리고 합병과 상환 및 자산 정리로 생존을 목표로 한 후반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