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크래프톤 이사회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자세히 공개돼 있다.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미리 발표해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사업보고서 상 이사회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이사들의 이사회 의안들에 대한 의견이라든지 사외이사 후보를 최초 추천한 이사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추가 점수를 취득하진 못했다.
◇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정보접근성 점수 견인 역할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을 6개 공통지표에 기반해 이사회 면면을 평가한 결과, 크래프톤 점수는 255 만점에 176점이었다.
참여도 항목이 평균 4.1점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데 이어 경영성과 항목이 3.5점으로 그 뒤를 좇았다. 이사회 구성과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이 각각 평균 3.4점을 거뒀고 정보접근성과 견제기능 항목은 모두 평균 3.3점을 확보했다. 크래프톤 이사회 평가 6개 항목 총 51개 문항의 각 문항당 평균 점수는 3.5점이었다.
정보접근성 항목은 이사회 구성원 선임 과정과 이사진 활동 내역, 이사회 의안 찬성 및 반대 사유 공개 여부, 주주환원 정책 공시 여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 공개 여부 등을 총 7개 문항으로 측정한다. 크래프톤의 경우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공시한 점과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꾸준히 공개하는 점 등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2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2023~2025년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했다. 향후 3개 동안 자기주식을 꾸준히 취득한 뒤 이중 일정 분량을 소각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주주환원 정책을 선보인 뒤 크래프톤 주가는 하루만에 6% 급등했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68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2% 성장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배당 안건을 검토한다는 입장도 발표키도 했다. 크래프톤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한 바 없다. 주총 당시 크래프톤 주가는 상장 직후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고꾸라진 상태. 주가를 추가 부양하기 위해 배당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주주들의 요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 개별 이사 의안 찬반 이유 부재…핵심지표 준수 비중 67% 마이너스 요소로는 개별 이사들이 의안 안건에 대해 찬성 및 반대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은 점 등이 꼽혔다. 크래프톤은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에서 이사회 개최 내역과 이사회에 올라온 의안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사 개개인의 개별 의안 찬반 이유를 면밀히 공개하곤 있지 않다. 지금껏 이사회 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력이 없기도 하다.
이사진의 개별 이력과 이사회 참석률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지만 이사 개인의 활동 내역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추가 자료가 없는 점도 점수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 소위원회 내 활동에 대해 활동내역 이외 개별 의안에 대한 이사들의 의견 등도 공개되지 않은 점도 점수를 끌어올리는 데 장애물이 됐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에서 사추위 내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 등을 자세히 명시하고 있지만, 각 후보 최초 추천자 등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사추위에는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직접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오너 사내이사가 사추위에 직접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자체가 위원회 독립성 확보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상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비중은 67%를 차지해 만점을 받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 크래프트가 준수하지 않은 항목으로는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배당정책·배당실시 계획 연 1회 이상 통지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여부 △독립적인 내부 감사 부서 설치 여부 등 15개 중 10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