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선진국에서 이사회 경영이 정착된 배경 중 하나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다. 오너 등 특정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가진 이사회가 모든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좀 더 효과적인 자본배분을 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의사결정 구조가 밸류를 상승시킨다는 경험적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사회 평가에 경영실적과 주주가치 지표, 재무건전성 등 '경영성과' 항목을 포함시킨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불황 탓에 경영성과는 좋지 못했다. 주주가치 지표 역시 KRX 300 평균치에 미달했다. 다만 재무건전성만큼은 초우량 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11개 문항 중 6개 문항 1점…반도체 불황 탓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91점으로 산출됐다.
'경영성과' 항목은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과 같은 경영지표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총주주수익률(TSR) 등 투자지표,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 건전성 지표를 망라했다. 삼성전자는 이 항목에서 55점 만점에 31점, 평점기준 5점 만점에 2.8점이 나왔다. 다른 5개 항목(구성·참여도·견제기능·정보접근성·평가개선프로세스) 중 가장 낮은 점수다.
원인은 지난해 반도체 불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은 가전·스마트폰(DX) 부문이 더 크지만 이익의 50~60%는 반도체(DS)에서 벌고 있다. 작년 불경기 탓에 반도체 부문이 수익성이 적자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경영지표가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성장률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14.32%, 영업이익성장률은 -84.86%다. KRX 300 중 비금융기업 277개사 가운데 상·하위 10%를 걸러낸 가중 평균치(4.7%, -2.42%)를 크게 하회했다.
ROE와 ROA도 각각 4.31%와 3.43%를 기록, 코스피 100대 기업 평균치(6.82%, 3.76%)를 크게 밑돌았다. 이로 인해 4개 문항 점수가 모두 1점으로 평가됐다.
PBR 역시 1.51배로 평균치(2.38배)보다 크게 낮아 1점이 채점됐다. 다만 주가수익률은 41.4%로 평균치(25.74%)보다 높았으며 TSR 또한 44.04%로 준수했지만 평균치(27.64%)을 웃돌아 각각 5점이 부여됐다.
◇배당수익률, 코스피 100 평균치 상회…3개년 FCF 50% 활용
배당수익률은 1.84%로 평균치(1.42%)보다 높게 나왔다. 반도체 불황에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정책을 수년째 지속하면서 배당수익률을 지킨 점을 들어 5점이 채점됐다.
불경기에 영업실적이 크게 줄었어도 재무건전성은 탄탄하게 지켰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25.36%로 평균치(91.96%)보다 월등했다.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은 -1.75배로 평균치(1.21배)보다 훨씬 우수하다.
삼성전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100조원에 이르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채 외부 차입금 쓰는 것을 지양하는 재무정책을 펼치고 있다. 빚이 별로 없으니 부채비율이 낮고 순차입금(현금성자산 < 총차입금)이 아닌 순현금(현금성자산 > 총차입금) 상태다.
무역거래로 인해 생긴 단기차입금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빚이 없기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도 7.06배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이 6조5669억원으로 전년(43조3766억원)대비 대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차입금의 7배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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