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정기주주총회에 일반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상정했다. 주주권익을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이사회에 들어 오는 걸 막아야 했다.
주주들은 주총에서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이 행사한 주주 제안 중 보수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명문화는 정관 변경 안건만 주총 문턱을 넘었다. 나머지 기말 배당 승인 건, 이사·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은 현대차가 상정한 안건이 승인됐다.
2019년 주주 추천을 받아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로 선임된 윤치원 사외이사는 현대차 보수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등기이사 보수를 결정할 때 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다. 윤 사외이사는 2022년 주총에서 재선임돼 지금도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와 보수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THE CFO가 진행한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현대차는 6대 공통 지표(△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 중 총 45점 만점인 이사회 '견제 기능' 항목에서 33점을 받았다. 견제 기능 항목을 평가하는 9가지 세부 지표(각 5점 만점) 평균 점수는 3.7점이다. 현대차가 지난 5월 발표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승계 정책·임원 적격성·감사위 독립성 최고점, 미등기 임원보수는 등기이사 18% 수준
현대차는 견제기능 항목 4가지 세부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과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마련, 미등기 임원 보수 적절성, 감사위원회 독립성 등이 최고점 기준을 충족했다.
현대차는 매년 인사 부문 주관 아래 전사 주요 임원 포지션 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한다. 이사회는 주요 후보군 중 △경영 능력 △리더십 △이사회 전문성 제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임자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다. 대표이사는 주주 의사에 따라 선임한 사내이사 중 이사회 결의를 거쳐 선임한다.
현대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이사회는 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 기업가치 훼손·주주 권익 침해 여부를 고려해 부적격자를 선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미등기 임원을 선임할 때도 윤리성·투명성 측면에서 위반 행위 여부를 검증하고 적격성을 판단한다.
1인당 평균 보수는 등기이사가 수령액이 미등기 임원보다 많았다. 지난해 현대차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30억원(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 제외, 퇴임 이사 포함)이다. 같은 기간 미등기 임원 1인 평균 급여액은 5억원으로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의 18% 수준이다.
감사위원회 전문성을 평가하는 세부 지표에서는 3점을 받았다. 감사위원회를 전원(5명) 사외이사로 구성했지만,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이가 없어서 일부 점수가 차감됐다. 현대차 감사위원 중 회계·재무 전문가는 3명이다.
감사위원장인 심달훈 사외이사는 중부지방국세청장(2015~2017년)을 지낸 금융권·정부·증권 유관기관 등 경력자다. 감사위원인 윤치원 사외이사도 UBS그룹 자산 관리 부문(Wealth Management) 부회장(2016~2019년)을 역임한 금융권·정부·증권 유관기관 등 경력자다. 감사위원인 이상승 사외이사는 OCI 감사위원회 위원 겸 사외이사(2013~2019년)를 지낸 상장사 회계·재무 분야 경력자다.
◇2022년 주주 추천받은 유치원 사외이사 재선임, 거버넌스 NDR 참여
현대차는 이사 후보 선정·선임 과정 독립성을 평가하는 세부 지표에서는 4점을 받았다. 사추위를 운영하고, 주주로부터 이사 후보 추천을 받지만,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문단까지는 구성하지 않아 일부 감점이 있었다.
현대차는 2019년 국내외 일반 주주로부터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주주친화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해 주총에서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로 선임된 윤치원 사외이사는 2022년 재선임돼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윤 사외이사는 거버넌스 기업설명회(Non-Deal Roadshow, NDR)에 참여하는 등 이사회와 주주 사이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는 임원 보수와 주주가치 연계성을 평가하는 세부 지표에서는 1점을 받았다. 임원 보수를 총주주수익률(TSR) 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등기이사 상여를 임원 보수 지급 기준(성과 인센티브)을 기초로 △매출액·영업이익 등 사업 실적 △경영진으로서 성과·기여도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급한다.
내부거래 통제 관련 세부 지표에서는 3점을 획득했다. THE CFO는 내부거래 업무를 전담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에 만점을 부여했다. 현대차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내부거래 투명성과 함께 △지속가능경영 실천 △윤리 경영과 ESG 경영 추진 △주주 권익 보호 등을 심의·의결한다.
사외이사만의 별도 회의 개최 빈도를 평가하는 세부 지표는 2점을 받았다. 현대차는 사외이사들만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독립된 회의와 정보 교류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해 사외이사만으로 이뤄진 회의는 여섯 차례 열렸다. THE CFO는 연간 12회 이상 사외이사 별도 회의를 개최한 기업에 만점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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