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평가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프로세스다. 선진적 운영을 위해선 문제점을 구성원이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실행함으로써 이사회 기능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또 평가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야 주주,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대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대한 내부평가를 올해 처음으로 실시했다. 추후 평가결과를 재선임 여부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평가 내용이나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외부평가 역시 진행하지 않고 있어서 감점 요인이 됐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HD현대중공업의 이사회 운영과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2점이 나왔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는 이사회와 사외이사 활동이 내·외부적 평가를 거쳐 개선안이 마련되고 추후 반영이 이뤄지는지 살펴본다. 이사회가 역할, 책임을 적정하게 수행하는지 검토하고 핵심 의사결정기관이자 경영진 견제기관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평가의 목적이 있다.
해외 케이스를 보면 대표적으로 미국은 상장기업들이 평가 사실의 공표에 그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다룬 내용을 포함,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의 이사회 관련 평가는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성원간 공통의식을 형성하고 이사회가 추구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 평가는 기업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실행할 가치가 충분한 작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에서 총점 35점 만점에 19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을 받았다. 6개 지표 가운데 '경영성과'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평점이다. 2점대에 그친 이유는 평가제도를 최근에 와서야 실행하다 보니 아직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데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월부터 전년 이사회와 산하 위원회,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이사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자기평가 방식이다. 외부평가는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를 수행하는가’를 묻는 항목 점수가 3점에 머물렀다.
회사 측이 진행하는 이사회 평가의 주요 항목은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구성과 독립성, 운영 등이다. 사외이사 활동의 경우 참여도, 경험 및 지식, 이사회 운영 기여도, 이사회 책임 강화 등이 주요 평가항목으로 있다.
이번에 진행된 평가는 올해 이사회 운영 및 사외이사 활동 개선을 위한 분석과 방안 마련에 활용됐다. 하지만 평가 결과가 재선임 여부에 반영되진 않았다. 평가의 객체였던 사외이사 중에서 올해 재선임 대상인 사외이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현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활동내역 및 참석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 평가를 2024년부터 시행했으며 추가로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실시 여부와 재선임 근거자료로 활용할 지 여부 등을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가를 보수와 연동시키는 방안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후 다른 기업이나 동종 업체들의 상황, 관례 등을 고려해 평가와 보수를 연동시키는 것도 검토할 수는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이사회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련 문항에서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개선안에 대한 문항의 경우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기술하고는 있으나 구체적 내용은 확인할 수 없어 중간점수인 3점으로 채점했다.
이밖에 HD현대중공업이 한국ESG기준원(KCGS)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은 ‘A’로 우수했다. 지배구조(G)에서 ‘B+’를 받았지만 환경(E)과 사회(S) 등급이 모두 A를 받았다. 덕분에 외부기관 평가 관련 점수는 최고점을 받았으나 이사회 자체 평가에 대한 항목에서 점수가 깎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