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FO 인사 코드

CJ제일제당, 2인 체제 6년 만에 끝 재무 전략 바뀌나

IR·M&A 기능 분리 '관리'에 초점… 변동성 크던 차입금 증감 추이도 잠잠

최은수 기자  2024-09-24 14:06:39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CJ그룹은 그간 CJ와 CJ제일제당에서만 유지하던 '투톱 CFO' 체제를 올해 모두 끝냈다. 당초 재무 전문성과 효율을 함께 높이겠단 전략 속에서 그룹 내 일부 회사에서만 두 명의 CFO를 뒀는데 6년 만의 원점 회귀다.

CJ그룹은 앞서 실험적인 조직 재편을 다시 원안대로 돌린 근거를 '효율화'에서 찾았다. 특히 주력 사업회사인 CJ제일제당은 이제 무엇보다 관리에 초점을 둔다는 방침도 읽힌다. 1인 CFO로 돌아온 CJ제일제당의 재무전략에 짧은 사이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단 뜻이다.

◇6년 만에 끝난 2인 CFO 체제, 재무관리 전문가 '천기성 원톱'으로

CJ그룹 내 9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2인 CFO 체제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던 곳은 CJ㈜와 CJ제일제당뿐이다. 그러나 작년 지주사인 CJ가 먼저 1인 CFO 체제를 선택했고 CJ제일제당도 올해를 기점으로 한 명의 CFO만 두기 시작했다.

CJ그룹 안에서 2명의 CFO 체제를 가장 먼저 구축한 곳은 CJ제일제당이었다. 2018년 10월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겸해 기존 경영지원총괄 산하 재무조직 재경실을 재무운영실과 재무전략실 2개의 조직으로 나눴었다.

하나로 줄어든 CFO엔 천기성 CJ제일제당 재무운영실장이 남았다. 그는 제39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순천세무서장, 국세청,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을 거쳐 CJ제일제당으로 합류한 재무 전문가다. 국세청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재무 관리에 특화한 역량을 갖춘 인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리와 세무, 내부회계 등은 재무운영실에 두고 IR과 M&A, 자금조달 등과 관련된 전략적인 업무는 재무전략실로 이관했었다. 그런 올해 들어 다시금 조직개편을 거치며 재무운영실과 별도로 M&A실을 만들고 전략 업무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자리에 있던 강경석 CJ제일제당 CFO는 M&A실장으로 새롭게 보임했다. 강 경영리더는 1973년생으로 씨티그룹과 도이치뱅크, 크레딧스위스, HSBC 등을 거쳐 메릴린치증권 투자은행 부문장을 역임한 자금 및 M&A 전문가다. M&A실의 격상과 강 실장의 이동 재무부서가 전략을 총괄하는 구조는 6년 만에 끝난 셈이다.

◇이제는 '관리'에 초점 작년부터 줄어든 차입금 증감치 주목

CJ제일제당이 지주사와 마찬가지로 2명의 CFO를 둬 왔던 건 재무조직에 더 전략적인 관점을 더하고 치밀하게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CJ제일제당이 각 CFO에 운영과 전략 업무를 나눠 배분했고 각자의 역할에 맞게 움직이는 구조를 짰었던 것도 이 흐름과 관련이 있다.


다만 이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자금운용과 조달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18년 2인 CFO를 도입했을 때만 CJ제일제당은 '활발한' 현금흐름을 보였다. 2019년 차입을 늘릴 땐 조 단위로 확대했고 이듬해 상환 기조로 전환했을 때도 최소 수천억원의 돈이 움직였다.

이후도 마찬가지다. 2인 CFO 체제 2기가 안착한 2021년 이후부터 2022년까지 CJ제일제당의 2년 간 차입금 증감치는 약 1조2000억원이다. 적어도 CJ제일제당은 2명의 CFO 체제에서 적극적인 차입 전략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도 병행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이후 4000억원 이상으로 움직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 증감 규모는 2023년 이후 1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비슷한 시기 2인 CFO 체제를 마무리한 지주사 CJ 역시 마찬가지의 재무 흐름을 보인다. 이런 체제 변화와 재무 전략 변화가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라 볼 수 있는 배경이다.

CJ제일제당의 영업현금흐름 추이를 놓고 봤을 때 지금은 대규모 차입을 곁들이기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도 보인다. 2024년 상반기 제일제당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09억원이다. 전년 동기인 2023년 상반기엔 약 2000억원, 직전 3년 간은 연평균 4400억원의 추세를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각각의 CFO가 맞던 업무 가운데 M&A담당이 M&A실로 격상되면서 일부 인사 및 조직 변화가 나타났다"며 "재무 전략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며 그룹과 회사 차원에서 인수합병 전략 수립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등의 움직임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