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약 4년 만에 교체됐다. 기존에는 임원급이 맡았던 자리에 실무급 인력을 배치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 부임 후 자산유동화를 중단하는 등 재무전략 변화가 이러한 인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신세계그룹은 31일 단행한 2025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이용명 경리팀장을 이마트 재무담당으로 발탁했다. 이마트 재무담당은 사실상의 CFO로 산하에 회계팀, 경리팀, 자금팀, IR팀, 내부회계관리팀 등을 두고 재무를 총괄한다.
2021년부터 이마트 곳간을 책임진 장규영 상무의 퇴임을 결정하면서 이 팀장이 바통을 잇게 됐다. 장 상무는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에 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넘게 그룹에 몸 담아온 정통 '이마트맨'이자 신세계 전략실과 이마트 회계팀장, 자금팀장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후임인 이 담당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임원이 아닌 실무진으로 별도의 경력 사항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떄문이다. 이 팀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재무담당으로 '직책' 승진했지만 임원으로의 '직급'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CFO의 직급이 임원에서 팀장으로 격하된 모양새다. 이마트 내부에서 조달 및 재무이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재무인력의 격을 기존보다 낮추는 인사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최근 수년간 이마트의 재무전략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자산유동화'였다. 2019년 이마트 13개 매장의 세일앤리스백, 2020년 마곡·장충동 부지 매각, 2021년 가양점·별내점 주차장·성수 본사 매각 등 보유하고 있는 유동자산을 매각하며 대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의 신임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재무 전략에 변화가 찾아왔다. 한 대표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개편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자금 조달 전략 역시 자산유동화에서 차입 등으로 선회했다.
현재 이마트의 가장 큰 관심사는 153여 개 점포망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및 인력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있다. 재무적 이슈보다는 구조조정이나 유통 트렌드를 따르는 기획력 등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전략 변화에 발맞춰 CFO에 기존보다 힘을 빼는 인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재무담당은 인력 구조조정 및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지원 역할에 더 주력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담당의 상위 조직인 지원본부장의 중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차기 이마트 지원본부장 인선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로 내정되면서 지원본부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아직 지원본부장을 맡을 인물을 결정하지 못하고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둔 상태다. 이마트 지원본부장은 재무담당, 기획관리담당 등을 총괄하며 실적과 신사업 관련 전략도출 방안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향후 조직개편과 함께 후속 임원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이용명 경리팀장이 이마트 재무담당으로 직책 승진했다"며 "2025년에도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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