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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유상증자 마친 신라젠, '지금은 쇼핑 중'

당장 R&D 성과보다 '30억 매출 요건 확충+캐시카우' 매물 물색

최은수 기자  2024-09-25 08:07:22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신라젠은 한때 개인주주가 10만명이 넘을만큼 핫한 신약개발 기업이자 코스닥 바이오 투자의 아이콘으로 꼽혔다. 그러나 주력하던 간암신약 펙사백의 글로벌 임상이 무위로 돌아가며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다.

신라젠은 새 최대주주를 맞았고 약 103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마무리하면서 R&D를 정상화했다. 다만 아직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상장 유지다. 당초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이제는 모든 특례가 일몰됐다. 신라젠이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에서 활발하게 매물을 살피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반년 동안 12억 매출, 아직 20억 추가 필요

신라젠의 올해 상반기까지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약 11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엔 약 34억원의 영업수익(매출)을 내면서 일찌감치 상장유지요건을 충족했다. 다만 올해는 남은 반 년 동안 2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바이오텍은 물론 코스닥 상장사는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해마다 별도 기준 3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내야 한다. 모든 코스닥 상장사가 일괄적으로 적용받는 이 규제 기준에 들지 못할 경우 당장 이듬해 관리종목 편입된다. 이듬해에도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해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일반 트랙을 밟아 올라온 기업은 한국거래소 등 심사 당국은 기업의 수익성과 영업이익 규모를 함께 살펴 상장을 승인한다. 매출요건 30억원을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매출이 '0'원이거나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술특례상장에 코스닥에 입성하는 바이오텍들은 상황이 다르다. 연간 수백억원씩 R&D 비용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대개 매출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 주주들도 대개 외형을 갖출 시간을 절약해 신약개발에 집중하라는 당부를 한다.

당국은 매출 요건 확충이 여의치 않은 바이오텍과 같은 기술 중심 기업엔 제도를 통해 특정 기간 동안 이 요건을 달성하지 못해도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를 유예한다. 다만 신라젠은 2016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통상 기술특례는 최대 4년을 적용받는 점을 고려하면 스스로 매출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에 왔다.

신라젠은 신약개발 바이오에 근간을 두고 있다. 신약은 개발 비용도 크고 매출을 내기까지 최소 10년의 시간이 걸리고 넘어야 할 규제 장벽도 상당하다. 상장 후 약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라젠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상업화 단계완 다소 거리가 있다.

상장 직후엔 핵심 파이프라인 펙사백의 임상 3상이 순항하면서 대규모 마일스톤을 인식했었다. R&D 성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보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펙사백 임상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올해의 경우 당장 마일스톤을 기대할만한 임상 이벤트가 있지 않다. 20억원의 매출을 위해선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금·시간은 충분하다" 계속기업 위한 몸만들기 시작

신라젠은 올해 상장 후 처음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약 103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내부적으로 유동성은 충분한데 이 현금 여력을 활용해 상장기업으로서 어엿한 외연을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위기 속에서도 R&D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움직이던 행보완 다르다.


신라젠 CFO인 최철진 상무(사진)도 수익 볼륨 확충을 중요 현안으로 삼고 움직이고 있다. 1978년인 최 상무는 안진회계법인에서 기업 재무관리 분야를 맡아왔다. 2021년부턴 신라젠의 CFO로 재직하며 커머스(Commerce)사업그룹장도 겸하고 있다. 커머스사업은 앞서 신라젠이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매출을 만드는 근간부서로 꼽힌다.

최 CFO는 커머스사업을 통한 매출 증대와 더불어 'M&A'도 주요 업무로 두고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태핑에 그치는 수준이다. 구체적인 딜 소싱이나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선 신라젠이 이미 오랜 기간 여러 우량매물을 두고 매수자로서 움직이고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신라젠은 M&A를 통해 단순히 매출 요건을 맞출 수 있는 매물을 찾는 것을 넘어 기업의 R&D를 이어가면서 영속을 담보할 수 있을 만한 캐시카우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 대금엔 유증 자금도 일부 유입될 전망이다.

물론 신라젠은 앞서 마무리한 유증 자금의 용처를 대부분 '운영자금'으로 명시했다. 세부적으로 1030억원 가운데 151억원을 신라젠바이오(Sillajen Bio)에 출자한단 일정만 밝혔고 또 다른 투자나 인수 계획은 알리지 않았다. 다만 상장을 유지한다는 대 전제를 두고 보면 M&A를 통한 볼륨 확충 또한 '기업운영이란 큰 그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우량 매물을 인수하는 것도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계속기업으로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혁신신약 R&D 성과를 지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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