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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재무본부장 '자회사 감사 겸직'서 사태 예견됐다

이시준 전무, 자금 모체에 모으는 CFO 역할… 계열사 감사 본연 의무는 소홀

최은수 기자  2024-08-07 07:41:05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불거진 큐텐그룹의 유동성 리스크는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됐다. 그러나 현황을 조금만 반추하면 이미 작년부터 언제든 벌어질 일이었단 걸 알 수 있다.

재무조직이 외부 파견 형태로 운영됐고 자회사 감사를 그룹사 재무총괄인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이 소화한 데부터 문제가 보인다. 상법상 지주사 인물의 감사 겸직 자체를 지적할 순 없다. 그러나 이 재무본부장이 감사로 재직한 후 본연의 의무와 기능을 1년 넘게 가동하지 않은 점은 '티메프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었던 일이란 해석에 힘을 더한다.

◇작년에도 불거진 미정산 이슈, 중심에 '이시준 전무' 지목

큐텐그룹의 미정산 상태는 이번 티메프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작년 5월에도 국내가 아닌 큐텐 글로벌 셀러 사이에 미정산 문제가 발생했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이시준 재무본부장(전무)이 그때 외화 환전 기일 소요, 전산 시스템 미비 등을 들며 셀러들과 소통한 인물이라 지목한다.

사실 큐텐그룹에서 공식적으로 CFO 직함을 갖고 있는 인물은 마크 리 부사장이다. 그러나 리 부사장은 주로 큐익스프레스를 포함해 미국(위시) 인도(샵클루스) 중국(M18) 등을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앞서 티메프 사태를 일으킨 미정산 대금 이슈를 일으킨 자금 관리와 이동 내역을 한층 소상히 알고 있는 인물은 이 전무가 맞다.


티메프의 미정산 대금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때까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배경은 기업 내에 제대로 된 재무조직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작년 티메프를 인수한 큐텐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조직 개편이었다. 당시 티메프 재무인력을 기술자회사 큐텐테크놀로지 산하로 파견하는 형태로 기능을 옮겼다.

통상 기업의 중추와 같은 재무조직을 외부에 두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룹사 간 교류에서 재무 조직을 통합해 운영하는 사례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개는 재무를 제외한 대외협력이나 마케팅 부서 등 협업이 중요한 부서를 외부에 두는 게 일반적이다.

확실한 건 일종의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된 그룹 재무조직을 꾸린 게 기업 간 장벽을 너머 각 사로의 자금 이동을 한층 원활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단 점이다. 큐텐그룹은 모두 비상장사고 심지어 모체는 싱가포르에 있어 의사결정의 전말을 알긴 어렵다. 그러나 큐텐그룹은 어쨌든 결단을 내리고 그 중심에 재무인사를 배치해 중책을 맡겼다.

◇감사 기능 미작동까지 '유연한 자금 이동' 도왔나

계열사가 복잡하게 연결된 이번 사태를 추적하기 위해선 큐텐그룹의 국내 재무총괄로 움직인 이 전무의 역할론을 다각도로 들여다봐야 한다. 이 전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이베이 상품계획(프로덕트 플래너) 출신이다. 2010년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한 이후 합류했다.

큐텐에선 줄곧 재무를 담당하는 파이낸셜 디렉터로 재직했다. 앞서 셀러를 대상으로 하는 대금 정산이나 자금 관리 등 재무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그는 문제가 된 판매자 정산 정책 'CC시큐리티' 설계에도 관여했다. CC시큐리티는 셀러 별로 정산을 위한 최소 매출 요건을 설정해 정산 지연을 합리화하는 정책이다.

이밖에 큐텐이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를 인수할 때 티메프 등에서 자금을 동원하자는 의사결정에도 이사회 멤버로서 관여했다.

현재 큐텐 창업주인 구영배 전 대표와 이 전무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이제 사태가 법적 문제로 비화한만큼 진위를 가리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이 전무가 감사로서 앞서 티메프의 자금이 적법한 절차로 큐텐에 흘러들어가는 지를 확인하고 견제할 의무를 갖고 있었단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 전무는 큐텐그룹의 티메프 인수 이후 위메프 감사로 재직했다. 통상 그룹 재무조직을 통폐합해 운영하거나 그룹사 인물이 자회사 감사를 겸직하는 사례 자체를 문제로 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내부 승인 절차가 비정상적이었을 경우 이를 바로잡거나 지적할 수 있는 견제장치나 대안이 있으면 된다.

그러나 앞서 자금이동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이 전무가 이런 견제 기능을 소화하는 감사를 함께 맡았다는 것에서 논점은 달라진다. 이 전무는 애초에 그룹사의 자금이동을 목적으로 뒀고 각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만큼 감사 본연의 의무보단 한층 유연하게 그룹사 간 자금이동이 이뤄지도록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이미 지정기간이 지나고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주주총회도 열지 않고 있다. 감사가 이사 등의 의사결정이 해사행위라 판단할 경우 택할 수 있는 총회소집청구권 및 자회사 조사권이 전혀 발동되지 않았단 뜻이다. 사실상 이 전무가 감사의 임무보다는 그룹의 자금을 융통할 곳간지기로서 움직였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벨은 앞서 재무조직 개편과 감사 겸직 등과 관련한 문제 등으로 큐텐 및 위메프 측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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