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FO는 지금

LG엔솔 C레벨들의 2028년 포부, 어떻게 나왔을까

예측 용이한 EBITDA 사용, 재무구조 개선·주주배당까지 고려…최악 시나리오는

박기수 기자  2024-10-10 13:24:23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전기차 시장 위축에 고심이 깊은 업계에 배터리 선두 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이 팔을 걷고 나섰다. 4대 중장기 전략 발표와 함께 4년 뒤 괄목할 외형 성장을 이뤄내고 내실 있는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대한 우려와 회사가 마주한 불황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포부는 2028년 매출 2023년 수준의 2배 이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10%대 중반을 내겠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 김동명 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창실 부사장의 치밀한 계산이 들어간 '출사표'다. THE CFO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포부가 담긴 이 지표들과 숫자들을 재해석해 보고자 한다.

◇왜 EBITDA를 내세웠을까

작년 매출이 33조7455억원이었으므로 목표대로 2배 이상이라면 적어도 4년 뒤 연간 연결 매출이 66조원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매출 66조원 기준 15%(10% 중반을 15%로 가정)는 약 10조원이다. EBITDA로 연간 10조원을 내겠다는 뜻이다.


이창실 부사장과 김동명 사장은 왜 영업이익 대신 EBITDA를 내세웠을까. 장부 상 영업이익보다 현금흐름을 중시하겠다는 의지가 우선 엿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EBITDA는 예측이 영업이익보다 쉽다는 특성이 있다.

2020년대 초반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LG에너지솔루션은 당분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대량으로 발생하지만 배터리 사업은 업의 고유 특성상 원재료비에 이익률이 좌지우지하는 변동비 사업이다. 1년 뒤 업황과 양극재 등 주요 원료 가격의 추이도 예측이 힘든데 4년 뒤는 더욱 힘들다. 즉 예측 가능성이 큰 고정비가 반영된 EBITDA를 가이던스로 내세울 경우 예측 성공률이 높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감가상각 대상인 건설중인 자산을 제외하면 매년 말 유형자산 장부가액의 17% 수준이 그 해 감가상각비로 반영된다. 작년 감가상각비는 2조2869억원, 올해 상반기는 1조3938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식으로 사내 투자 계획을 고려해 2028년 반영될 감가상각비 등 예상 고정비 지출액을 고려해 EBITDA마진율 목표를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수준보다 더 많은 연간 감가상각비를 부담해야 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3공장과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애리조나주 ESS·LFP 공장 등 아직 감가상각 대상이 아닌 '건설 중인 자산'으로 돼 있는 시설 투자건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전체 유형자산 중 건설중인 자산의 비중은 24.5%였다. 이 수치가 올해 상반기 말에는 46.8%까지 치솟은 상태다. 전체 유형자산 29조9505억원 중 14조39억원이다. 유형자산 중 절반 조금 넘는 수준(53.2%)만이 감가 대상이었는데도 작년 2조원이 넘는 감가상각비가 발생했다.

증권가는 2026년 LG에너지솔루션의 유형자산상각비로 적게는 4조원, 많게는 8조원대까지 예측 중이다. iM증권은 4조9190억원, 메리츠증권은 8조6527억원을 예측했다. 2년 뒤인 2028년에는 상각비가 비슷하거나 더 많을 수도 있다. 즉 2020년대 초반 단행된 설비 투자가 비용으로 반영되고 현금 유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점이 2028년인 셈이다. 순수 영업이익 관점에서 보면 2~5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EBITDA 10조원, 즉 EBITDA마진 10%대 중반 달성이 가능하다.

◇EBITDA 10%대 중반의 의미, 재무구조 개선·잉여현금·배당까지?

2028년은 LG에너지솔루션에 있어 '수확의 계절'이다. 수확의 계절에 LG에너지솔루션이 해야 할 일은 과열됐던 재무구조를 식히고 잉여현금을 발생시켜 차입 최소화로 추후 투자금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지금은 할 수 없는 '주주 배당'까지 고려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 위축이 찾아온 올해를 제외하면 2021~23년 LG에너지솔루션의 EBITDA마진율은 11~12%였다. IRA 세액공제 혜택을 포함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작년의 경우 EBITDA는 3조7732억원, EBITDA마진율이 11.2%였다. 이자와 법인세 약 1조원을 내고도 현금이 남았지만 유형자산 투자 등 CAPEX에 무려 약 10조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수확의 시기' 2028년에는 작년이나 올해처럼 유형자산이 1년 만에 50% 이상씩 불어날만한 CAPEX 지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 그럼 약 10조원의 EBITDA로 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아진다. 유휴 현금으로 차입금 상환이나 주주 배당까지 겨냥하고 있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과정에서 이미 차입금 등이 많이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 회수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안점은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에 있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불황기'의 극복, 최악의 시나리오는

CFO를 괴롭히는 요소는 수익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배터리 시장의 위축이다. 상용화 전 단기적 수요 감소 현상을 뜻하는 '캐즘'일 지, 중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관건은 현재 건설 중인 GM 3공장과 애리조나 ESS 공장 등을 준공해 매출 창출로 이어지게끔 해야 한다. 건설 중인 자산의 유형자산화는 감가상각 시작으로 EBITDA 10조원 이상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 시점에 수요 위축이 해소되고 스프레드가 개선되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여기에 IRA 세액공제 혜택으로 받는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재무구조 개선과 잉여현금 축적, 주주배당 시행 등이 모두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좋은 시나리오만 생각할 수는 없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작년 동기 41% 대비 크게 하락한 6%에 그쳤다. 유럽과 미국의 연비 규제 완화로 OEM들은 채산성이 내연기관 대비 낮은 전기차 생산과 판매 계획을 축소하고 있고 주요 국가들의 보조금도 축소되고 중단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11월 미국 대선이 눈 여겨볼 이벤트라고 언급했다. NICE신용평가는 "트럼프 후보는 재임기간 중 파리 기후협정을 탈퇴하고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했던 바 있으며 금번 대선에서도 IRA 폐지, 연비 규제 완화 등을 공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8년 전기차 시장의 정세는 '불확실성'에 가깝다.

대규모 감가상각비의 부정적 효과가 극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EBITDA는 흑자지만 영업손실이 발생해 이자비용에 따른 순손실이 발생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차입금 부담이 가중됐던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구조가 추가 악화할 여지도 있다. CFO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시나리오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 순차입금으로 9조4028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차입금 증가세가 뚜렷하고 재무구조가 과열된 상태다. 작년 말 순차입금은 5조8585억원으로 반 년 만에 순차입금이 약 37.7% 늘어났다. 순차입금의존도도 올해 상반기 말 18.3%로 기업공개(IPO) 이전인 2021년 말(23.9%)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BBB+)의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시설투자가 마무리되고 마무리되는 시점에 업황이 개선돼 매출과 영업이익 창출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