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약 6년 만에 교체된다. 역대 최고 재무성과를 기록중인 가운데 전격적으로 CFO를 교체하는 만큼 파격과 안정을 동시에 도모했다. 주우정 부사장을 보좌해 재경본부를 이끌어온 김승준 경영관리실장(상무)을 새 CFO로 선임했다.
기아의 CFO 교체는 주 부사장과 재경본부 전체에 대한 보상성 인사로 풀이된다. 주 부사장과 함께 손발을 맞춰왔던 내부 인사를 CFO로 지명하며 재무전략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려는 의도가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18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기아는 주우정 부사장 후임으로 김승준 경영관리실장(상무)을 전무로 승진시켜 새 CFO로 선임했다. 앞서 지난 15일 그룹 인사에서 주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CEO)로 발탁됐다.
신임 김 전무는 1972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기아에 입사했다. 이후 재경기획팀장을 거쳐 2022년 상무로 승진해 재무관리실장을 맡았다. 2023년 경영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역임 중이다.
기아는 재경본부 아래 재무관리실과 경영관리실 등이 포진해 있다. 재경기획팀장, 재무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 등 조직 내 주요 업무를 두루 경험한 만큼 이번에 재경본부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아는 최근 CFO 발탁에서 재무관리실장과 경영관리실장 등을 거친 임원들을 선호해왔다. 재경본부 내에서 CFO를 보좌하는 임원들 중 CFO를 선임하는 전통을 이어가며 인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조직 안정화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인사 코드는 2019년 주 부사장이 기아 CFO에 오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주 부사장은 전무로서 재무관리실장을 맡고 있었다.
신임 CFO로 발탁된 김 상무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기아 CFO는 등기임원으로 이사회 내 사내이사로 등재된다. 현 CFO인 주 부사장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또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기아타이거즈,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해비치컨트리클럽 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그만큼 기아 CFO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고 역할이 크다.
김 상무의 가장 큰 과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건전성 등 재무지표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일이다. 기아는 2024년 현재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판매량 증대로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어가고 있고 수익성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올 3분기 말 누적 기아의 매출은 80조3006억원으로 연간 100조원 시대가 곧 도래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9조9507억원, 순이익 8조33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39%, 자기자본이익률(ROE) 14.22%로 수익성과 자본효율성 등 모든 지표가 글로벌 톱티어에 올랐다.
특히 주 부사장 취임 직전인 2018년 대비 올 3분기까지 주요 수익성 지표를 비교하면 김 상무의 부담은 더 커진다. 2018년 말 기아는 영업이익률 2.14%, 순이익률 2.13%를 각각 기록했다. 2018년 대비 올 3분기 영업이익률 10.26% 포인트, 순이익률 7.87% 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자본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2018년 말 51조7866억원 수준이던 자산총액은 올 9월 말 87조5353억원으로 69.03% 커졌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은 27조2435억원에서 52조2734억원으로 91.87% 커졌다. 2018년 말 각각 4.42%와 2.23%였던 ROE와 ROA는 올 9월말 14.22% 포인트, 8.80% 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다만 이러한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은 업황 호조와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량 증대 등이 결합돼 이뤄진 결과다. 이에 따라 김 상무의 역할도 전임자인 주 부사장과 똑같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외부 환경 변화와 달라진 기아의 위상,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 등에 대응해 김 상무가 현재의 수익성과 건전성 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높아진 재무본부 위상에 걸맞게 조직 내 경영관리 및 글로벌 생산·판매 투자전략 등의 고도화등에 대한 부담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CFO의 위기대응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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