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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Change

SD바이오센서, 삼성 출신서 IB맨 '전략이 달라졌다'

조단위 현금흐름 기반 재무 관리→반등 위한 기민한 변화

최은수 기자  2024-11-21 07:16:44
코로나19 진단업체 대장주 SD바이오센서는 2021년 코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상장 직전 삼성전자 출신 재무통을 영입해 IPO를 책임진 공병상 상무의 후임 CFO로 배치했다. 1조원이 넘는 잉여현금흐름을 토대로 재무 관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특수가 잦아든 2023년 후부턴 CFO를 IB업계 출신 인사로 바꿨다. 주 사업인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일으킨 현금흐름에 기대는 관리보다 전략과 기획을 통한 변화와 점프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CFO 교체가 나타났다.

◇상장 후 시작된 공식 CFO 체제 3년 간 빠른 변화

SD바이오센서는 2021년 상장하기 전까지 공식 CFO를 두지 않았다. 대신 공병상 전 상무가 사실상 오랫동안 CFO에 준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공 전 상무는 2022년 퇴직했는데 SD바이오센서의 전신인 에스디(SD) 시절부터 창업주인 조영식 의장과 손발을 맞춘 인사였다. 사내이사로 조 의장과 함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SD바이오센서 공식 CFO 직책이 생긴 것은 2021년 4월이다. 삼성전자 재경팀에서 20년 넘게 재무관리를 담당해 온 오철규 상무(당시 이사)를 신규 선임하면서다. 오 상무는 1971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SD바이오센서가 2021년 7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으니 IPO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합류했다.

삼성전자 재경팀은 연간 100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관리한다. 특히 방대한 해외 사업이 자리한만큼 자금흐름이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통해 글로벌 단위에서 판매고를 올린 SD바이오센서 역시 오 상무의 풍부한 재경 경험을 높게 사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SD바이오센서의 영업현금흐름과 현금성자산 추이를 살펴보면 막대한 자금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 CFO로서 적격일 것처럼 보인다. 상장 전과 후로 유동성 상황이 극명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9년 400억원 안팎이던 SD바이오센서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엔 1조9000억원 2022년엔 2조원을 넘어선다.

영업현금흐름도 마찬가지다. 2019년까지 순유출의 흐름을 보이던 데서 2020년부터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맞아서는 연평균 9000억원 안팎의 순유입으로 급반전했다.

갑자기 넘쳐나는 곳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만큼 리스크를 안기보다 정기예금이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소기의 이자수익을 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매출 대다수가 해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관리도 필요했던만큼 삼성전자에서 재경을 경험한 오 상무가 적임자로 꼽혔다.

◇유호경 상무 중용 배경 '달라진 환경' 관리보다 중요해진 '전략'

그러나 진단키트 초호황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2023년 이후 코로나19의 엔데믹 체제가 시작되며 SD바이오센서의 수익성 또한 역성장을 시작했다. 특히 이 시기 미국 의료장비 기업인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에 2조원을 투입하게 되면서 조단위를 넘어서던 유동성이 급감한 것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재무 관리가 아니라 CFO로서 다른 역량을 갖춘 인사가 필요했다. 이 시기 SD바이오센서가 앞서 기업 내 첫 번째 CFO로 영입한 오 상무의 보직이 구매총괄로 바뀌고 유호경 상무가 그 후임으로 자리하게 된 배경이다.



삼성전자에서 재경 즉 재무 관리 쪽에 특화한 경험을 쌓은 오 상무와 달리 유호경 CFO는 전략 및 M&A 전문가로 꼽힌다. 2000년 딜로이트안진을 거쳐 2010년 NH투자증권으로 합류했다. NH투자증권에선 기업금융(IB)을 주로 담당하면서 M&A와 관련한 경력을 쌓았다.

유 CFO가 2021년 SD바이오센서에 처음 영입될 때에는 M&A와 바이오 밸류체인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 역시 컨설턴트와 IB 등 투자 업계를 거치며 유 CFO가 경력을 쌓은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2023년부터 CFO로 재직한 것도 앞서 관리의 CFO보단 전략과 기획 등 변화를 주도하는 CFO로서의 책무를 회사에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SD바이오센서가 유 상무를 CFO 후보군(Pool)에 올리게 된 세부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SD바이오센서의 상장 대표 주관사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과정에서 일부 점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D바이오센서 관계자는 "기존 CFO로 재직하다 구매총괄 업무를 맡았던 오 상무는 최근 퇴사를 했고 CFO 업무는 작년부터 유 CFO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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