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KT 비서실 2담당 출신을 차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정하면서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이끌 주역을 KT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보통 계열사 CFO는 내부출신을 선호하는 KT그룹의 인사 기조가 케이뱅크에도 이식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케이뱅크는 업의 특성과 우리금융과의 관계를 고려해, 1·2대 CFO를 우리은행 출신에서 선임했다.
케이뱅크 IPO의 측면 지원을 이어갈 기타비상무이사도 모두 KT 재무통으로 선임했다. 신임 기타비상무이사인 KT CFO인 장민 재무실장(전무)와 BC카드 CFO인 조이준 경영기획총괄(부사장)은 각각 KT 비서실 2담당과 재무실을 경험한 인물들이다.
◇케이뱅크, 1·2대 CFO는 우리은행 출신
케이뱅크의 초대 CFO는 우리은행 출신이었다. 케이뱅크는 1대 CFO인 정운기 전 부행장으로 뉴욕지점 수석부지점장, 중부기업영업본부장, 검사실상, 경기동부영업본부장 등을 경험한 인물이었다.
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뿐 만 아니라 우리금융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2021년부터 지분율(12.58%)이 낮아져 케이뱅크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지는 않고 있지만 케이뱅크의 실적에 맞춰 지분이 등락하는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케이뱅크의 이사회에는 우리은행 출신이 사내이사로 합류하고 있기도 하다.
2대 CFO에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2대 CFO인 이풍우 전 본부장으로 1990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옛 한국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에서만 약 32년을 일한 인물이다.
지난해 3월 이 전 본부장이 임기 만료로 자리에 물러난 이후 CFO로 우리은행 출신을 선임하는 기조가 사라졌다. 여전히 우리은행 출신이 케이뱅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CFO가 아닌 다른 직책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우리리금융지주에서 자금세탁방지부 본부장을 지낸 탁윤성 전무는 소비자보호실장으로 선임됐다.
이 전 본부장이 임기를 다 채웠을 시점인 지난해 2월은 케이뱅크가 상장 철회를 선언한 시기로 케이뱅크는 2022년 9월 20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대내외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상장 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임 CFO는 KT 비서실 2담당 출신
케이뱅크는 경영기획본부장(CSO)을 역임하던 당시 장민 전무에 CFO직을 겸직하도록 했다. 계열사 CFO는 내부출신을 두는 KT그룹의 색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장 전무는 작년 말 KT CFO로 발령이 난 인물로 KT 금융계열사인 BC카드, 스마트로에서 금융 관련 경험을 쌓고 KT가 2011년 BC카드를 인수했을 때 PMI(인수 후 통합)작업을 담당한 인물이다. 과거 KT 비서실 2담당에서도 약 3년 동안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다.
약 1년 동안 CFO와 CSO 업무를 동시에 맡았던 장 전무가 KT CFO로 이동한 이후 케이뱅크는 신임 CFO로 KT 출신을 내정했다. 신임 CFO인 양춘식 내정자
(사진)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로 과거 KT에서 비서실 2담당을 경험한 적이 있기도 하다.
KT에서 비서실은 일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황찬규 전 회장이 2014년 KT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비서실이 강화되면서 '비서실 2담당=재무 전무인력'이란 공식이 생겼다. 당시 황 전 회장은 당시 비서실을 3개 담당 체제로 가동했다. 1담당이 그룹 전략 업무, 2담당이 재무와 IR을 포함한 관리 업무, 3담당이 대외협력 업무를 맡았다.
양 내정자는 KT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물로 KT 스카이라이프 경영기획실 재무팀장, 경영지원센터 자금팀장, 경영기획실 기획조정팀장, 기획조정실 기획조정팀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20년에는 KT스카이라이프에서 경영기획본부장 겸 CFO를 맡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측면 지원의 역할을 수행할 인물들도 모두 KT 재무통으로 채웠다. 작년 말 제8기 1차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기타비상무이사로 KT CFO인 장 전무와 BC카드 CFO인 조 부사장을 선임한 것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이사회에 참여와 경영 감독을 하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