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크래프톤의 이사회 면면은 대체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사회 구성과 참여도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외이사에게도 주요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성과 연동 보수체계를 구축한 것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이사들이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사회 평가 개선안 마련 노력이 미진한 점, 이사회 의안 찬반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 전체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소에 대해서는 이사회 사무국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은 지배적이었다.
◇ '사외이사 단기성과 치중 방지 장치 마련' 호평
THE CFO가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한 결과 크래프톤은 255점 만점에 176점을 확보했다. 평가 지표는 △이사회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총 6개였다. 최근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분기보고서 등을 참고했다.
6개 평가 지표 문항 당 평균 점수를 보면 이사회 참여도 항목이 5점 만점에 평균 4.1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사회 구성과 평가개선 프로세스 등 두 항목이 모두 평균 3.4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견제기능과 정보접근성이 3.3점을 기록했다. 경영성과가 3.2점으로 가장 낮았다. 6개 평가 지표 총 51개 문항 평균 점수는 3.5점이었다.
고득점 문항은 대개 구성과 참여도 항목에서 많이 나왔다. 글로벌 경영 능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사들을 중용해 사외이사진에 합류한 점과 사외이사 간 별도 회의가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점이 이사회 독립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있었다. 크래프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활발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높았고 BSM을 구축해 이사들의 전문성을 관리하고 있는 점도 사내외 호평을 받았다. 크래프톤은 사외이사 후보 관리와 감사위원회 회의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며 이사진들의 회의 및 교육 참여도도 높은 편이었다. 이사진 평가를 재선임 과정에서 반영하고 있는 점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외부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보수에 성과를 연동한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사외이사에게도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장기성과 유도 차원에서 RSU를 부여하고 있는데,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성과를 추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 이사회 정보공개, 사무국 역할 강화할 필요 주장도
대표적 감점 요소로는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꼽혔다. 장 의장이 이사회에서 직접 의견을 내지 않더라도,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지배구조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사회 평가를 연 1회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점과 개선안을 마련해 반영하는 과정 역시 알리지 않은 점도 평가에 부정 요소로 작용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각 영역에서 잘하는 이사가 누군지 그 실명을 기재하는 형식의 평가를 진행하는데, 크게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사회 평가 개선안 마련 노력이 미진한 점, 이사회 의안 찬반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사진에 안건에 대해 숙고하고 조율할 시간을 주지 않은 탓"이며 "의안 의견 공개보다는 이사회 사무국 역량을 면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크래프톤의 이사회 안건통지와 이사회 개최기간 사이 기간은 평균 3.5일로 짧은 편이었다. 반면 경영진 없이 사외이사만으로 이뤄진 회의는 작년 한해 8회로, 사외이사가 서로 논의할 시간은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이사진이 독립적으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크래프톤 측은 이사회 운영 관련 개선할 부분을 찾아 꾸준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크래프톤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이사회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권한·구성·운영 사항 등을 명문화하여 해당 규정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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