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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재무건전성 만점' 고영, 경영성과 '합격점'

255점 만점 116점, 견제기능 지표 '아쉬움'

이종현 기자  2024-11-25 09:08:44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는 글로벌 3D 표면실장(SMT) 검사장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기업이다. 반도체 소자 업체 등에 장비를 공급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HBM 시장 개화에 발맞춰 AI 반도체 관련 어드밴스드 패키징 검사장비를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뇌수술 로봇의 FDA 인허가를 앞두고 있다.

코스닥 기업임에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투명성 분야의 활동이 눈길을 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의무화되는데, 자산 3000억원대의 고영은 자발적으로 발간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역시 자발적으로 운영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고영은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경영성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프로세스 등 지표에서는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확인됐다.

◇높은 재무건전성, 전체 평점 견인

THE CFO가 제작한 평가도구를 바탕으로 실시한 '2024년 이사회 평가'에서 고영은 255점 만점에 116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ESG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로 구분해 진행됐다.


고영이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것은 경영성과 지표다.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KRX300 소속 비금융기업(277개)의 평균치다. KRX300의 평균치를 1점으로, 이를 20% 이상 아웃퍼폼(Outperform)하면 5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채점했다. 세부적으로 투자(4개), 경영성과(4개), 재무건전성(3개) 등 총 11개 질문으로 구성됐다.

고영은 경영성과 지표에서 55점 만점 중 41점으로 평균 3.7점을 받았다. 재무건전성 관련 3개 질문에서는 모두 만점을 받은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고영의 부채비율은 20.27%로 평균치인 91.96% 대비 크게 낮았다. 순차입금/EBITDA도 –3.25배로 상환 기조를 이어갔다. KRX300 비금융사 277개사의 평균은 1.12배다. 이자보상배율 역시 평균치인 9.72배를 한참 웃돈 29.35배로 확인됐다.

투자 관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영은 주가순자산비율(PBR) 3.56배로 평균치인 2.38배를 상회하며 5점을 받았다. 주가수익률(32.4%), 총주주수익률(TSR, 33.5%)도 나란히 5점이다. 유일한 흠은 배당수익률인데, 고영의 배당수익률은 0.85%로 평균치인 1.42%를 하회해 1점을 받았다.

◇자산규모 2조 이하 불구, 자발적 도입 노력

경영성과 외 5개 지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평균 2.2점인 구성이다. 고영은 ESG보고서 등을 통해 이사의 역량 지표인 BSM(Board Skills Matrix)를 공개하는 등 기업 규모 대비 ESG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사회의 규모나 국적, 성별, 연령, 경력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질문에도 3점을 받았고, 이사회 내 위원회 갯수(2개), 지원조직 유무 등 항목에서도 2점을 받았다. 다만 이사회 의장이 오너라는 것과, 사외이사 비율이 기준치를 미달하는 것, 사추위 구성이 사외이사로 돼 있지 않은 것 등에서 1점을 받으며 전체 점수가 하락했다.


참여도 지표는 평균 2점을 받았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참석률이 100%를 기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사외이사 후보 풀 관리도 진행한 것도 특이점이다. 다만 감사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 데다 기타위원회의 회의 개최 수가 평균치를 미달하고,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보접근성 지표도 평균 2점을 받았다. 이사회와 개별 이사 활동 내역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ESG보고서 등을 통해 충실히 공시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과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사전 공시, 사외이사 후보 추천경로 공개 등에서는 1점을 받았다.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도 평균 2점을 받았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ESG 등급 B+등급을 받았고, 이사회 구성원 중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적이 없다는 점에 각각 4점과 5점을 받았다. 반면 이사회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고영은 사추위를 통해 이사의 추천을 받고 있어 3점을 받았다. 또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이사의 보수의 적정성을 묻는 항목에서도 65.9%로 3점을 받았다.

고영의 이사회 점수는 전반적으로 낮게 평가됐으나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사추위 구성이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은 설치·제출 의무가 없음에도 제출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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