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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국내 주요 화장품 용기 업체 '연우'와 '펌텍코리아'가 올해 나란히 잉여 현금 확보에 실패했다. 영업을 통해 현금 흐름을 창출했지만 각종 경영 활동 과정에서 현금 지출이 확대되며 여윳돈을 남기지 못했다. 같은 기간 벌어들인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더 컸던 까닭에 현금 흐름이 순유출 상태로 잡혔다.
다만 지출처는 사뭇 달랐다. 영업에서 남긴 현금을 가장 많이 배정한 곳은 각각 투자·재무 활동으로 상반됐다. 올해 경영 활동에서 주요히 다뤘던 현안이 서로 달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연우와 펌텍코리아는 일제히 현금 순유출 상태로 변경됐다. 상반기 말 잉여현금흐름(FCF)이 전년대비 마이너스(-) 전환했다. 현금 순유출 규모는 연우가 더 컸다. 반기 말 연결 FCF는 -6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8억원) 대비 수치가 크게 내려앉았다. 펌텍코리아는 FCF -129억원을 기록, 연우 대비 순유출액이 적었다.
당해 연우 현금 유출이 확대된 것은 배당 지급이 주효했다. 올 상반기 총 500억원을 분기 배당 명목으로 지출했다. 연우가 분기 배당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기업공개(IPO) 후 2019년 사업연도부터 결산 배당만 실시해 왔다. 올해 기존과 다른 주주 정책을 시작하며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된다.
현금 흐름만 따졌을 때 금번 분기 배당은 유동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해 연우가 영업을 통해 확보한 현금 보다 더 많은 금액이 주주 환원 목적으로 지출됐기 때문이다. 상반기 연우가 영업 활동을 통해 남긴 순현금은 26억5200만원이다. 동 금액 대비 19배에 달하는 자금을 같은 기간 주주에게 되돌려 준 상황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은 1년새 63% 가량 감소했다.
이번 분기 배당은 연우 지배구조 변동 영향이 컸다. 설립 후 처음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며 배당 등 재무 활동에도 변화가 따른 그림이다. 지난 2022년 창업주 기중현 대표 지분을 양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던 '한국콜마'는 올해 2월 연우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에 따라 잔여 주주 지분 전량을 추가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지분 309만6459주를 437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연우 완전 자회사 편입 완료 직후 중간 배당을 결의한 한국콜마는 인수 자금 지출분을 여유있게 메꿨다.
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연우는 현금 흐름 창출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영업 활동 현금 흐름 자체가 축소되며 여유 자금을 남기는데 애를 먹고 있다. 누적되는 운전자본 투자도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연우 연결 운전자본 투자액은 전년대비 36% 증가한 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투자분이 일제히 늘었다. 이에 따라 영업 현금 유출도 가속됐다.
올해도 운전자본 부담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상반기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 130억원 가운데 약 80%가 운전자본 투자분으로 빠져나갔다. 특히 매입채무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탔다. 상반기 말 700억원 수준에서 220억원대로 감소했다. 다만 연우는 채권 회수 등을 강화하며 현금 유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전체 매출채권 규모는 늘었으나 대손상각비 지출분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펌텍코리아는 비교적 운전자본 관리가 원활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펌텍코리아는 총 220억원의 순영업 현금 흐름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 현금 흐름 가운데 운전자본 투자액은 23%에 그쳤다. 운전자본이 누적되는 것을 방지해 현금 순환을 촉진한 그림이다.
다만 펌텍코리아도 당해 잉여 현금 흐름 창출엔 실패했다. 설비 투자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크게 늘린 영향이다. 상반기에만 300억원 이상을 집행했다. 지난해 전체 CAPEX 지출분(283억원)을 이미 넘겼다.
올초 결산 배당 지출분도 현금 순유출에 영향을 미쳤으나 CAPEX 대비 비중은 미미했다. 상반기 배당금 지급 명목으로 지출한 현금은 총 47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