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현재 대우건설에 주가 부양을 위한 선택지는 많지 않다. 부채비율 감소로 대표되는 내실경영에 집중하는 까닭에 대규모 현금 유출이 불가피한 배당 재개와 자사주 매입은 부담스럽다.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신사업 진출도 당장의 선택지는 아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PF 위기로 업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배당 가운데 차등배당은 고려해볼 수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차등배당한 경험도 갖고 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전년도 결산배당으로 차등배당했다. 가령 지분율 1% 이상인 주주에 주당 50원, 미만인 주주에 150원을 지급했다. 경영개선을 기다려준 소액주주들에 대한 대주주들의 배려였다. 대우건설은 2003년 말 워크아웃 졸업했다.
차등배당도 현금이 사용되지만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10년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배당받은 적 없는 대우건설 주주들에는 소액 배당도 유의미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분위기 조성도 이뤄지고 있다.
만약 차등배당이 부담스러우면 자사주 활용이 하나의 방법이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하기 때문에 현금 유출이 없다는 점에서 더 가능성 높은 선택지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이던 2007년부터 2년간 우리은행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다른 방식으로 취득한 것까지 포함하면 현재 총 473만6918주를 들고 있다.
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걸 검토해볼 수 있다.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1.14%로 많지 않은 물량이지만 그간 10년 넘게 배당을 하지 않았고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는 아예 없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에게 주주환원과 관련해 달라진 시그널을 주게 된다. 현금 소진은 원치 않지만 주주환원은 하고 싶은 기업들이 기보유 자사주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상장주식수(=발행주식수)를 줄여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는 1·2대주주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입장에서도 지배력을 소폭 높인다는 점에서 지배주주에도 이롭다.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중흥토건 지분율은 40.6%에서 41.1%로, 중흥건설 지분율은 10.15%에서 10.27%로 상승한다.
이외에 자사주를 처분해 배당재원으로 쓸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중흥그룹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계열사에 자사주를 처분하면 현 주가 기준(19일 종가)으로 약 177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계열사 간 거래이지만 상장사 주식이 대상이고,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배당하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중흥그룹도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
이처럼 현금 소진을 최소화하거나 또는 하지 않고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는 않지만 존재한다.
관건은 지배주주인 중흥그룹과 총수일가인 정원주 회장
(사진)의 의지다. 정 회장은 지난해 초 "부채비율이 100%가 되지 않으면 배당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주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목표는 내실경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 부채비율은 176.8%로 중흥그룹 편입 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은 1조6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791억원) 줄었다. 부족한 운영자금을 기존 현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유 현금 규모가 줄었지만 대형사 가운데 우량한 편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는 내실 다지는 데 우선 집중할 계획"이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아직은 주주환원에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아직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