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2021년 말 중흥그룹 편입 이후 크게 떨어졌다. 무엇보다 '매각 프리미엄'이 사라진 영향이다. 중흥그룹 아래에서 대우건설이 내실경영에 집중하며 재무구조를 안정화했지만 투자자들을 유인할 만한 소재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지난 18일 PBR과 PER은 각각 0.42배, 3.11배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의 PBR 0.46배, PER 3.38배와 비교해 소폭 떨어졌지만 큰 변화는 없다.
PBR과 PER은 각각 순자산과 순이익 대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의 PBR이 1배 미만, PER은 10배 미만이면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지난달 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한 정부도 PBR 1배 미만 기업을 동일하게 평가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대우건설은 저평가 종목이다.
업종 평균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6개 기업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다.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5개사의 단순 평균 PBR은 0.49배, PER은 6.41배다. 대형 건설사 모두 저평가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지표 모두 대우건설보다 높다.
대우건설이 지금보다 시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던 때도 있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마지막 거래일을 기준으로 대우건설의 PBR을 나열하면 1배, 0.86배, 0.84배, 0.9배였다. PER은 8.56배, 6.52배, 9.81배, 8.35배였다. 등락은 있었지만 PBR과 PER 모두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두 지표가 떨어진 건 중흥그룹에 편입된 이듬해부터다. 2021년 12월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6%를 인수했다. 이후 6000원대였던 대우건설 주가는 2022년 들어 3~4월에 7000원대까지 올랐지만 꾸준히 떨어졌다. 이에 따라 2022년 마지막 거래일 PBR과 PER은 각각 0.51배, 3.78배로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흥그룹 편입 이후 대우건설이 집중한 건 내실경영이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낮추겠다고 언급한 부채비율은 편입 전인 2021년 말 225.1%에서 2023년 말 176.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산총계는 10조4579억원에서 11조2431억원으로 7.5%(7851억원) 증가했다.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며 외형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도 대우건설 주가는 떨어졌다. 현재 4000원을 밑돌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PF 위기로 업황이 악화된 점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내실경영을 넘어 새로운 성장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우건설의 올해 목표 신규 수주액은 11조5000억원으로 중흥그룹 편입 후 가장 낮은 목표치를 제시했다.
더불어 대우건설 PBR과 PER이 과거에는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았던 건 매각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2010년부터 유지된 국책은행 체제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주인과 함께 전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대우건설의 PBR과 PER을 높였다. 하지만 중흥그룹으로 매각된 이후에는 그런 부분이 희석됐다.
본인과 비슷한 규모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쓴 중흥그룹 입장에서는 업황마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신사업 진출을 비롯한 확장 전략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도 아직은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해 대우건설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은) 올해 보수적인 경영 기조하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 말 순차입 상태로 전환했지만 대형사 중에는 우량한 편"이라고 평했다. 매출액 비중이 가장 큰 주택 사업부는 내년 하반기에나 매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