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JB금융지주의 주주환원에 변곡점을 가져온 사건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2대 주주 합류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자본배치 개선을 요구하면서다.
다만 얼라인파트너스의 자사주 소각 요구에 대한 실현 가능성 관건은 동일인 지분한도가 될 전망이다. 자사주 추가 소각 시 최대주주인 삼양사의 지분이 법적 한도를 초과할 수 있는 탓이다. 비금융주력사는 지방금융지주사의 지분을 15%까지만 취득할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
삼양사가 JB금융의 최대주주 자리를 지난 반세기 동안 지켜온 것과 달리, 2대주주 자리는 그동안 손 바뀜이 잦았다. 지주사 전환 전인 전북은행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쌍방울, 한국상호저축은행, KTB프라이빗에쿼티(KTB PE),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이 가운데 JB금융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곳은 얼라인파트너스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표방하는 사모펀드로, 앵커PE에 JB금융 지분을 받아 2022년 2대 주주로 등극했다. JB금융의 주가가 수익성과 건전성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알려진다.
이전 2대주주인 앵커PE는 당초 대주주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 곳이다. 앵커PE를 설립한 안상균 대표가 삼양그룹과 혼맥 관계인 경방 오너 일가다. 앵커PE의 경우 JB금융에 약 7년 동안 투자, 300억원 정도의 차익만 보고 엑시트를 단행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에 요구하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다. 주가 저평가 상황에서는 JB금융의 당기순이익을 자산 성장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하는 것이 주주가치 관점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낮춰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달성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중심으로 당기순익의 50% 수준 주주환원율을 요구했다.
◇삼양사, 동일인 지분한도 15% 관건
JB금융은 작년 3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올해 200억원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CET1이 12%를 넘으면 주당배당금(DPS) 성장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검토하고 13%를 넘으면 초과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이 그 이상으로 진행되기엔 무리가 따를 전망이다. JB금융이 추가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의 감소로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매입 자사주보다 소각 자사주 규모가 작았던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1인 대주주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주식소유분산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지방금융지주사의 경우 1인 대주주의 지분은 15% 내로 제한된다. 15%를 넘으면 한도초과 보유주주로 적격성 심사 대상에 오른다.
실제로 JB금융이 지난 2월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삼양사와 얼라인파트너스의 지분율이 기존 14.6%와 14%에서 각각 14.8%, 14.2%로 상승했다. 삼양사가 동일인 지분한도인 15%를 상회할 경우 지분을 일부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JB금융의 최대주주는 삼양사로 14.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얼라인파트너스가 14.04%, 오케이저축은행이 9.7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만 오케이저축은행의 경우 장내매수를 통해 지금은 10.63%로 늘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