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한화생명은 2021년부터 잠정 중단한 주주배당을 다시 재개할 예정이다. 그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했기 때문에 주주환원을 자제했으나 이제는 필요자본량이 가늠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금리 변동에 따른 미실현 손익도 배당재원에 포함됨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도 확대됐다.
한화생명은 그간 주주환원에 박한 회사로 꼽혔다. 2019~2020년 배당총액은 각각 225억원으로 같은 시기 그보다 자산규모가 작은 미래에셋생명(각각 385억원)보다 적었다. 배당성향은각각 22.45%(2019년도), 11.15%(2020년도)로 30%가 넘는 피어그룹(삼성·미래에셋·동양생명)보다 낮은 편이다.
2021~2022년에는 아예 배당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상당히 낮게 형성됐다. 최근 5년간 PBR을 보면 0.1~0.3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이 장부가 순자산액의 3분의 1도 안 된다는 뜻이다. 산술적으로는 3조원 안 되는 돈으로 별도기준 총자산 114조원, 총자본 11조원의 국내 2위 생명보험사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저평가의 첫 번째 원인은 낮은 주주환원율이다. 배당성향이나 자사주 환원에서 시장의 기대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는 회계제도 요인이 있다. 금융당국은 2011년 보험사 국제회계기준(IFRS4)을 시작한 뒤 최근에야 부채의 시가평가 제도인 IFRS17을 도입했다. 그동안 필요자본량이 얼마인지 관측이 어려웠기 때문에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IFRS17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수입보험료 기준 매출 체계는 보험계약마진(CSM)으로 바뀌었다. 보험계약의 장래이익을 현재가치로 나타낸 것으로 이 규모를 통해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다. 매출 인식방식이 달라지니 당기순이익 규모도 달라졌다. 한화생명의 2013년도 당기순이익은 6163억원으로 IFRS4 기준에서 74% 증대한 규모다.
필요자본량과 장기적 가치파악이 가능해지면서 배당정책 등 주주환원 정책이 점진적으로 강화될 요건이 갖춰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밀고 있다. 견고한 실적 성장만 받쳐준다면 중장기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강화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한 가지 호재가 더 붙었다. 상법 개정으로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금리 변동에 의한 미실현 손익을 예외적으로 상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배당재원 확대를 뜻한다. 현재 한화생명의 배당을 가늠하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2조8396억원이다.
한화생명은 2023년도 배당은 1127억원을 책정했다. 그간 연 배당총액의 5배 가까운 규모다. 배당성향은 18.2%로 30%대에 이르는 타 생보사보다 아직은 낮은 편이다.
한화생명의 작년 말 K-ICS비율은 183%다. 올해 목표치는 190%로 잡았다. 금년 장기선도금리 하락 등 K-ICS비율 변동조건들이 있지만 적어도 170% 이상은 유지할 예정이다. 즉 나머지는 주주환원 재원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