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하나금융지주가 유의미한 주주 환원 확대 기조를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순익의 절반을 주주 환원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4대 금융 지주 모두 주주 환원율이 30%대에 그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주주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앞선 사업연도 상 주주 환원율 변화는 미미했다. 2022년까지 장기간 20%대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처음 30%를 넘기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는 상태다. 향후 큰 폭의 주주 환원율 제고 계획을 밝힌 만큼 배당과 자사주 등을 활용한 하나금융지주의 주주 정책 셈법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주주 환원율을 33%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분 1500억원이 주주 환원 금액에 포함되며 이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직전년도(27%) 대비 6%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2021년까진 자사주 매입·소각과 관련한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시적인 주주 환원율 변화도 없었다.
주주 정책 기조는 근래 완전히 전환됐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하나금융지주는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당해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8월까지 6개월간 647만9481주의 자사주를 순차 매입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보통주 자본만 해도 34조원 수준인데 시가총액은 17조원에 그친다"며 "결과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워낙 낮다 보니 저평가 해소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분을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주주 환원 확대 노력은 경주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주 저평가 해소 이슈가 최근 몇 년간 화두로 떠올랐고 나아가 올해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며 내부적으로도 이에 발 맞추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주주 환원율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다만 지주 측은 해당 플랜의 구체적인 가동 시점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향후 몇 년간 하나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정책 셈법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당과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 정책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까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소극적인 주주 정책에 그쳤다. 일례로 배당성향은 지난 3개년도간 매년 1%포인트 상승했다. 사실상 주주 환원책을 여러 방면에서 검토할 필요성이 낮았던 상황이다.
자사주 활용 정책도 비교적 최근 도입한 편이다. 구체적으로 하나금융지주는 2019년 처음 자사주를 매입했다. 2005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후 약 14년 만이다. 이 당시만 해도 금융주 저평가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지 않았고 타 금융 지주에서도 대안 모색 등의 움직임이 없었던 탓에 관련 정책 전개 동기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지주는 코스피 상장 후 2022년, 2023년 단 2차례 모두 합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으로의 주주 환원 정책 방향성은 결국 경영진 몫이고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며 "배당과 자사주 2가지 안을 적절히 활용해 주주 환원율을 계속해서 높여나갈 계획"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