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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유일하게 1배 이상으로 제값을 인정받는 곳이다. 최근 3년간 메리츠금융의 기업가치는 꾸준히 우상향해 왔다. 단기 주가부양보다 2021년부터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 진행하면서 밸류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주주환원율이 국내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11년 메리츠화재 인적분할을 통해 탄생한 금융지주사다. 은행업 중심이 아닌 비은행지주다. 또 다른 비은행지주인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유일 보험업 중심의 금융지주사다.
지난 3년간의 주가를 보면 꾸준히 우상향했다. 2021년 3월 1만3000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8만원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시가총액 역시 2조7000억원에서 16조8000억원으로 6배 이상 불었다. PBR도 작년 9월 말 기준 1.69배에 이른다. 평균 PBR 1배 미만으로 시총이 장부가 순자산에 미치지 못하는 국내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밸류다.
단기 부양으로 띄운 밸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돋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1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기계획을 발표, 실행했다. 자사주 취득 신탁을 통해 3차례 걸쳐 1500억원어치를 매수한 게 시작이다.
이는 2022년 3월, 6월 8월에 거쳐 각각 500억원씩 전부 소각됐다. 아울러 자사주 3000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했다. 이 가운데 1000억원은 2023년 3월에 소각하고 4000억원을 더 매입했다. 총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2500억원어치의 소각이 이뤄졌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자본을 차감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메리츠금융지주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2021년 1조6015억원, 2022년 1조6161억원에서 지난해 3조5346억원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2300억원의 순이익을 확보한데다 포괄적 주식교환 형태로 작년 2월 메리츠화재를, 4월 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덕분이다.
이로 인해 그룹의 자본 효율화가 개선되고 수익구조 안정성이 견고해졌다. 지배구조 단순화와 상장업체를 지주사로 일원화시켜 주주가치 누수 방지를 시도한 것은 기업밸류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또 다른 특징은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발군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9.84%로 미래에셋증권(4.84%), NH투자증권(7.23%), 한국금융지주(9.78%), 삼성증권(8.81%) 등보다 월등히 높다.
자본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투자자본 규모 대비 수익성이 좋다는 뜻이다. ROE가 낮은 기업들은 흔히 잉여자본이 과도하게 있거나 그만큼 수익창출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메리츠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51%로 금융업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를 받쳐주는 것은 수익성이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승승장구하면서 그룹 양대 축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별로 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2조1171억원, 당기순이익 1조574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23.6%, 25.2%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8813억원과 5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증권업계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