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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국내 유일 전업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30%대의 일관된 배당성향으로 보이며 보험업계 대표 '배당주'로 꼽히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지만 올해 초부터는 밸류업 이슈에 힘입어 5년 내 최고 주가를 구가하고 있다. 다만 11% 가량의 자사주는 경영권 문제로 인해 손대지 못하고 있다.
50%를 웃도는 국내 재보험 시장점유율을 가진 코리안리는 PBR의 0.39배 수준으로 대표적인 저PBR주다. 과반의 시장점유율과 국내 유일 전업 재보험사란 메리트에도 보험사 특유의 결점들로 인해 시장 평가가 박했다.
보험업은 대표적인 저성장 산업인데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인해 자본 이슈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금융당국의 통제력이 강한 업권 특성상 규제 리스크도 산재해 있으며 해외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나 재난이 손실로 이어지는 재보험 특유의 위험도 내재돼 있다.
그럼에도 코리안리는 배당주로 꼽힌다. 수년째 30%대 배당성향을 일관성 있게 갖고 있어서다. 금융주 배당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6%대 배당수익률을 유지 중이다. 안정적인 시장위상과 수익률이 일관적인 배당률을 받쳐주고 있다.
코리안리의 2023년도 결산 배당금은 540원이다. 현재 주가가 8000원 남짓한 점을 감안하면 배당률은 6.7% 수준이다.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테마 이후로 금융주, 특히 은행과 금융지주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배당률은 반대로 하락한 상태다. 그에 비하면 코리안리는 여전히 배당주로서의 메리트가 크다.
주가는 지난해 7월부터 대세 상승선을 그었다. 현재 주가는 최근 5년간 추세 중에서 가장 높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상승폭이 가파르게 뛰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리안리 역시 수혜주로 부각됐다.
오는 5월 발표 예상되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배당소득세 부담, 세액공제 및 분리과세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도 코리안리에겐 호재다. 배당주 투자자들 입장에선 배당소득세가 줄어드는 것이니 수익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로 투자자가 몰리면 주가 상승효과로 이어진다.
다만 코리안리는 자사주 소각 등에 대해선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작년 말 기준 코리안리의 자기주식은 1810만주로 발행주식 총수 대비 10.94%를 갖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데 소각치 않는 이유는 경영권, 지배력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리는 원종규 사장의 지분이 4.56%, 가족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19.96%로 20%에 못 미친다. 부족한 지배력을 받쳐주는 게 자사주인 만큼 이를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무상증자로 우회로를 찾았다. 지난해 11월 주당 0.2주에 해당하는 20%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무상증자는 자기자본 항목의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하는 것으로 전입된 액수만큼의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나눠준다.
자기주식 수는 그대로 유지되나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는 사실상 자사주 소각 효과가 있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현재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 대해 소유주식 1주당 0.2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는 만큼 전체주식 대비 자사주 비율이 감소한다.
무상증자는 유상증자와 달리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 수가 아무런 대가 없이 늘어나므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장사가 실시한다. 코리안리는 앞서 2022년에도 무상증자를 시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