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준다. 외부에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했거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도 바뀌기 마련이다. THE CFO는 기업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 본다.
광림은 1980년 설립된 이동식 크레인 및 특장차 전문기업이다. 업력만 30년 이상 된 곳으로 2022년에는 특장차 부문의 호조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쌍방울 그룹이 위기에 놓이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광림도 그 영향에서 빗겨가지 못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거래소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광림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다행히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가 광림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면서 광림에게는 다시 시간이 주어졌다.
광림은 이사회부터 새로 꾸려 변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기존에 간신히 사외이사 비중을 맞췄던 이사회 대신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을 차지한 9명의 이사회가 꾸려졌다. 외부 추천을 받아 꾸린 사외이사들의 면면도 확연히 달라졌다.
◇개편 전 이사회 사외이사 출석률 평균 57%, 전문성도 모호
광림의 이사회는 2018년 말부터 대체로 7~8명 규모를 유지해 왔다. 이사회가 대대적으로 개편되기 전인 지난해 9월까지는 사내이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외이사는 2~3명, 사내이사는 5~6명 규모였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으로는 11명까지 이사회 구성원이 늘기도 했으나 당시에도 사내이사가 9명까지 늘었을 뿐 사외이사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전문성도 모호했다. 광림의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을 찾기 어려운 전문가들도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됐다. 2020년 비상근 사내이사로 재직한 김은희 이사는 컴퍼니잇 맥앤지나 매거진 편집장이었다.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외이사를 지낸 이대성 사외이사는 부동산 컨설팅 대표다.
정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례도 있었다. 2017~2022년 재직한 김방림 사외이사는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사외이사는 쌍방울 사외이사로도 활동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사외이사를 맡았던 김형기 사외이사는 전 통일부 차관 출신이다. 광림은 이들은 사외이사로 선임한 이유로 각각 재무 및 회계 전문가, 경영 및 언론전문가라는 이유를 들었다.
개인별 편차는 있지만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도 대체로 낮은 편이었다. 2018년부터 이사회 개편 이전인 2022년 말까지 사외이사의 평균 출석률은 57% 수준이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사외이사를 지낸 맹주천 변호사는 2018년과 2019년에는 이사회 출석률이 각각 55%, 32%에 불과했다. 김형기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2019년에는 32%, 2020년에는 19%에 그쳤다.
◇'외부추천' 회계·법률전문가 사외이사로, 소위원회도 신설
광림의 이사회가 지금 같은 형태를 갖춘 건 지난해 9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다.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는 7명으로 새로 꾸려졌다. 사내이사가 3명, 사외이사가 4명으로 기존과 달리 사외이사 비중을 높였다. 올해 3월 열린 주총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각 1명씩 새로 선임되면서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만들어졌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 수준의 이사회를 갖춘 셈이다. 별도기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가 3명 이상이어야 하며 그 비중이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초과해야한다.
새로 꾸려진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선임 방법도 기존과 다르게 진행됐다. 새로 사외이사들은 코스닥협회가 운영하는 코스닥 인력뱅크를 통해 추천된 인사다. 투명한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내부 추천이 아닌 외부기관 추천을 받았다.
광림 관계자는 "기존에는 이사회에서 추천을 받아 이사를 선임했지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기관에서 추천을 받았다"며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정관을 바꿔 앞으로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사를 추천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추천된 사외이사들은 회계·법률 전문가들이다. 새로 사외이사로 선임된 4명 중 나정민, 박일제, 정민재 사외이사는 회계법인에 몸담으며 감사업무를 맡았던 회계 전문가다. 김종식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린에서 기업자문 및 공정거래, 입법자문(GR)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3월 선임된 황윤석 사외이사는 감정평가법인 소속 부동산 전문가다.
기존 경영진을 대신할 사내이사는 내부에서 기술, 영업 등에 오래 근무한 실무자들이 맡았다. 송태영 대표이사는 1986년부터 1999년까지 광림 기술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다. 사내이사로 참여한 김훈동 영업2팀장, 서충석 영업3팀장, 이용구 자재품질팀장 또한 실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광림에 오래 몸담았지만 각자 전문분야에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직원들로 문제가 된 기존 최대주주 측과는 연결고리가 없는 이들이라는 전언이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도 설치됐다. 감사위원회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등 총 3개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소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히 쌍방울 그룹의 횡령 등이 문제 된 만큼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영업활동과 무관한 투자거래 등을 심의하고 있다.
광림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코스닥협회에서 추천한 독립적인 사외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주식 거래 재개를 위한 거래소의 조건을 충족시키기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