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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해진 하나투어 이사회, 창업주·IMM PE 협력 구도

창업주 '사내이사', IMM PE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공동경영

김지효 기자  2024-08-29 14:57:45

편집자주

기업들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준다. 외부에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했거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도 바뀌기 마련이다. THE CFO는 기업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 본다.
하나투어는 1993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여행사다. 매출 기준 국내 여행업계 1위 기업의 타이틀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최대주주가 바뀐 건 2020년 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IMM PE는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기존 창업주와 특수관계인들과 공동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그간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며 펀드의 영향력도 강화하고 경영과 감독을 분리하는 이사회를 만들어 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하나투어 이사회도 공동경영 기조에 맞춰 기존 창업주 및 특수관계인들과 IMM PE가 대등하게 꾸려졌다.

◇이사회 6명→12명으로, 창업주-IMM PE 소속 '반반'

IMM PE가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하나투어 이사회 규모는 두배로 커졌다. 기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등 모두 6명으로 운영됐던 이사회는 12명으로 늘었다.

새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꾸려졌다. 사내이사가 5명이지만 IMM PE가 선임한 송미선 대표이사 사장이 사내이사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기존 창업주 4명, IMM PE 4명, 사외이사 4명이라는 구조가 짜여졌다. 이사회 의장은 창업주인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이, 부의장은 송인준 IMM PE 대표가 나눠 맡고 있다.

창업주인 박 회장과 권희석 수석 부회장은 최대주주 변동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김진국 전 대표이사 사장, 육경건 전 부사장 등이 회사를 떠나면서 일시적으로 이사회 멤버가 줄기도 했지만 지난해 3월에는 류창호 하나투어 공급본부 본부장이, 김창훈 하나투어상품기획본부 본부장이 올해 4월 합류하면서 이사회는 다시 1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일 포트폴리오 기업에 출근하기 힘든 사모펀드 특성상 IMM PE는 기타비상무이사를 통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유상증자 직후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한 송인준 IMM PE 대표이사와 김영호 IMM PE 투자본부 수석 부사장, 박찬우 IMM크레딧앤솔루션 대표이사가 여전히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매일 출근할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IMM PE가 선임한 송미선 대표이사 사장이 4년 3개월째 사내이사로 매일 출근 중이다.
*자료 출처=공시
이 같은 비대한 이사회의 탄생은 IMM PE가 최대주주지만 기존 창업주 및 특수관계인들과 공동경영 전선을 꾸렸기에 가능했다. IMM PE가 2020년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투어 지분 16.6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에도 박 회장은 지분 6.53%을 유지했다. 권 수석부회장도 지분 4.48%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으로는 국민연금이 8.86%의 지분을 확보하며 2대주주에 올라섰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개인으로는 하나투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과 권 수석부회장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10% 남짓이지만 최대주주인 IMM PE와 이사회를 함께 운영하며 하나투어 경영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IMM PE, 최대주주 오른 지 4년 만애 지분 매각 ‘시동’

IMM PE와 기존 창업주가 의기투합했지만 IMM PE가 경영권을 인수한 직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20년 여행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2019년 한해 7631억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2021년 402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에 하나투어는 SM면세점, 마크호텔 등 실적이 부진한 사업들을 하나 둘 정리했다. ‘하나팩2.0’ 등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강점을 담은 상품을 선보이는 등 패키지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를 끌어오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과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여행업계가 차츰 회복되면서 지난해 하나투어는 매출 411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2022년에는 영업손실 1012억원을 봤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340억원을 거두면서 2019년 이후 3년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자료 출처=THE CFO.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833억 원, 영업이익은 21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21%, 285% 세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2분기 매출은 13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7억원으로 1년 전 같은기간보다 9.8% 감소했다. 영업이익에 일회성 온라인 제휴 채널 비용 63억원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하나투어는 일회성 비용에 티몬·위메프에서 발생한 미수채권을 전액 대손처리했다.

하나투어가 실적을 개선하면서 IMM PE도 지분 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IMM PE는 지분 매각을 위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통상 PEF 운용사는 5년 안팎의 투자 기간 이후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선다. 하나투어 최대주주에 오른 지 올해 4년차를 맞이한 IMM PE가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최근 잘나가던 여행업계가 ‘티메프 사태’라는 암초를 만난 만큼 제값을 받기 위해 IMM PE가 매각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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