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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삼성화재는 새 회계제도(IFRS17)와 자본규제(K-ICS)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배당총액을 늘려왔다. 다만 배당성향은 꾸준히 떨어졌다. 배당성향보다 주당배당금 위주의 주주환원 정책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25일자 주가순자산비율(PBR) 0.98배로 1배 이상은 아니지만 DB손해보험(0.61배), 현대해상(0.39배), 코리안리(0.39배) 등 피어그룹과 비교할 경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힘입은 상승세 덕분이다.
삼성화재 주가는 작년 3월 19만98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해 올 1월 24만원 수준이 됐다. 그러던 중 밸류업 이슈를 타고 2월부터 급등해 현재는 33만원 수준에 다다랐다. 시가총액은 15조8700억원 규모다.
연간 주주가치 증진 여부를 판단하는 총주주수익률(TSR)은 2020년 마이너스(–)17.69%로 저조했으나 2021년 16.94%로 플러스 전환한 뒤 2022년 4.55%, 지난해 43.44%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2021년부터 삼성화재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3년째 자본이득 구간이란 뜻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순이익(지배기업주주 지분 기준)이 1조8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은 3조4995억원을 전체 CSM은 13조3030억원으로 전년(12조1440억원) 대비 9.5% 증가했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의 미래가치로 향후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주주환원은 자사주보다 배당이다. 2020년 3741억원이던 배당총액은 2021년 5101억원, 2022년 5866억원, 작년도에는 680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49.5%에서 37.4%로 떨어졌다. 배당총액이 늘었어도 당기순이익 증가액과 비례할 정도는 아니란 의미다.
이는 삼성화재가 배당성향보다 투자자들에게 직관성을 줄 수 있는 주당 배당금 확대를 중점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열린 '2023년도 경영실적 발표' 현장에서 김준하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은 "이제 배당성향은 특정 비율을 타깃으로 운영하지는 않고 있다"며 "IFRS17으로 회계제도가 바뀌면서 그 전의 배당성향과 새로운 회계제도 하에서의 배당성향에는 큰 격차가 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자사주보다 배당 위주다. 자사주 정책에 대한 얘기도 나왔지만 증권가에서 배당 중심 주주환원을 전망하는 시각이 짙다. 다만 단단한 자본여력에 비해 주주환원 확대에 미적거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지난 2월 컨퍼런스 콜 현장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 지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올해 1월 초부터 자사주를 확대해 주주 환원율을 높이고 있다"며 "다른 보험사와 달리 삼성화재는 단단한 자본 여력을 가지고 있는데 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고 주주환원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측은 "K-ICS 비율이 연말 기준 272%가 나왔는데 연중 가장 낮게 나왔을 때는 263%까지 떨어졌었고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 설정 등 이슈 영향으로 계속 변동이 생기는 것 같다"며 "내부 기준의 K-ICS 비율이 17% 정도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삼성화재는 싱가포르법인 증자와 더불어 자사주 소각 시 보험업법상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문제를 안고 있어 주주환원율 제고가 적극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 피력했다. 높은 K-ICS 비율에 따른 잉여자본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확대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