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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삼성전자는 3년 단위 중기 주주환원정책과 분기배당 등을 실시하며 자사주를 제외하고는 주주정책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3년간 연 10조원 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키로 했다. 매년 반도체 시설투자(CAPEX)에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는 상황이지만 믿는 구석이 있는데 올 1분기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반도체 부문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83조원 가량으로 국내 시총 1위인데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시총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밸류업은 전체 코스피의 밸류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다.
그런만큼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모범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2017년 1분기부터 연중 균등한 수준의 배당 지급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분기배당을 시행해 왔다. 그 해 10월에는 주주환원 규모의 예측 가능성 제고에 중점을 둔 3개년(2018~2020년)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시작했다.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28조9000억원(연간 9조6000원)을 정규배당하고 잔여재원 10조7000억원을 특별배당 성격으로 2020년 정규배당에 더해 지급했다.
3개년 배당플랜이 종료된 2021년 1월부터 새로운 3개년(2021~2023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특별배당만 없을 뿐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기본 뼈대를 예전과 비슷했다. 매년 지급되는 정규배당도 9조8000억원으로 다소 늘었으며 그 해 1분기부터 확대된 규모의 배당을 지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2024~2026년 3개년 배당정책을 새로 발표했다. 향후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 중 50%를 환원하고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골자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전년(17.92%)보다 상향된 67.78%다. 반도체 부진 여파에 실적이 급감했음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전·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부문에서 14조3847억원 영업이익을 냈으나 반도체 사업을 주관하는 DS부문에서 14조8795억원의 손실을 냈다. 다행히 삼성디스플레이(5조5665억원)와 전장부품 자회사 하만(1조1737억원) 덕분에 연결기준으로는 흑자를 낼 수 있었다.
반도체 다운턴을 겪었음에도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규모를 줄이지 않고 지난 3개년 수준으로 유지한데는 올해 업턴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안팎에서는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50조원 넘는 돈을 시설투자에 쓰고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반도체에 들어간다. 이 같은 막대한 현금을 투자에 쓰고 남은 재원으로 연간 10조원을 배당을 해야하는 만큼 현금창출력이 받쳐줘야 한다.
그간 삼성전자의 밸류에 가장 큰 영향은 끼친 요소가 반도체 경기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면 영업이익이 수십조원 단위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불안요소들이 주가를 발목 잡았다. 2022년에는 갤럭시22의 GOS(Game Optimizing Service) 이슈, 반도체 수율 논란, 아울러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오너가의 지분 매각 등이 주가를 하락시켰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총주주수익률(TSR)은 2021년 마이너스(-)3.92%, 2022년 –27.81%로 하락세였다. 다만 지난해는 44.04%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 반도체 업턴 분위기를 띄운데다 저점이 확인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