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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대우건설, 현금보유량 26% 감소…'공사대금 회수' 과제

지난해 매출 성장성·재무 안정성↑, 단 매출채권·미청구공사 증가로 '유동성 약화'

양도웅 기자  2024-02-02 10:40:2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대우건설의 현금 보유량이 지난해 크게 감소했다. 매출액이 6년 만에 11조원을 넘어섰지만 외상매출도 덩달아 커지면서 갖고 있던 현금으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금을 계속해서 조달하지 않으려면 공사대금 회수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11조6478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11조7668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 규모이자 중흥그룹 편입(2021년 말)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수익성은 다소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7%로 전년 대비 1.6%p 하락했다.

안정성은 향상됐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77%로 전년 대비 22%p 떨어졌다. 2019년 말 정점인 290%를 찍은 이후 4년 연속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직후 최우선 과제로 부채비율 감소를 꼽은 바 있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끌어올렸지만 유동성은 약화했다.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총 1조67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918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순현금 상태였던 대우건설은 2023년 말 순부채로 바뀌었다. 1년 전에는 보유 현금이 전체 차입금보다 많았지만 현재는 반대가 됐다.

유동성 약화의 원인으로는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증가가 꼽힌다.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는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다. 공사대금 지급을 요청했으면 매출채권, 요청 못했으면 미청구공사로 분류된다. 둘 다 일종의 외상매출로 매출액 증가에는 기여하지만 당장 현금이 유입되지는 않기 때문에 현금흐름에는 부정적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단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채권은 1조7274억원으로 연초 대비 50%(5734억원) 증가했다. 같은 시기 미청구공사는 1조3217억원으로 연초 대비 10%(1163억원) 증가했다.


매출채권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은 2021년 계약한 '이라크 신항만1단계'다. 공사가 54% 진행했지만 요청한 공사비 506억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 또한 미청구공사가 가장 큰 사업장은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2200억원에 달한다. 일명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으로 시공사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던 곳이다. 여전히 지급 요청을 못한 공사비가 적지 않다.

공사비 요청과 회수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우건설은 보유 현금을 소진하거나 신규 차입을 해야 한다. 이 가운데 신규 차입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지속하는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선택지다. 그렇다고 유동성이 약화하는 보유 현금 소진도 선호할 만한 선택지는 아니다. 결국 공사비 요청과 회수에 집중해야 한다.

대우건설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8.1%로 3.6%p 감소했다. 미청구공사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0.1%를 유지했다. 대손충당금은 공사비 가운데 요청해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말한다.

둔촌주공 이미지. 둔촌주공은 대우건설의 최대 미청구공사 사업장으로 약 2200억원의 공사비를 아직 지급 요청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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