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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2차전지 부품 업체 '상신이디피'가 지속적인 성장을 자신했다. 영업 측면에서 꾸준히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고객사 편중 등에 따른 불확실성 이슈와 관련해 시장의 우려를 덜어내고자 하는 모습이다. 상신이디피는 매출의 대부분이 단일 기업에서 발생, 기업가치 변동 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장 올해부터 신규 공장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고객사 배터리 증설 수요에 맞춰 물량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당해 매출 증가율을 전년대비 개선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제품 물량에도 적시 대응,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상신이디피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거래처 다양화와 관련한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받은 만큼 내부적으로 해당 이슈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캐파(CAPA, 생산능력) 확충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론 신제품 대응 같은 이슈도 있기 때문에 성장성 면에선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력으로 꼽히는 것은 미국 현지 투자다. 상신이디피는 올 하반기부터 미국 내 신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제품 양산 시점은 내년 초로 보고 있다. 당해엔 시제품 양산을 비롯해 공정 안정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에선 중대형 각형 배터리 전지를 생산한다.
이는 핵심 고객사인 배터리 업체 '삼성SDI' 물량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앞서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 생산 CAPA를 오는 2025년 115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 밝혔다. 2021년 기준 CAPA인 40GWh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현재 상신이디피 전체 매출에서 삼성SDI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고객사 증설 계획에 발 맞추고자 상신이디피는 최근 자본적지출(CAPEX)를 크게 늘렸다. 미국 공장 신설에만 약 500억원을 지출했다. 다만 소요 비용을 최대한 낮추고자 턴키(일괄) 방식이 아닌 건당 계약을 체결했다. 건물 단일 취득 금액은 약 100억원이다. 종속회사인 '상신인디애나'를 통해 현지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최근 2차전지 산업에서 주목받는 원통형 배터리로의 사업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 대비 사이즈를 늘린 것이 특징이다. 해당 제품은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등에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성 면에서 기존 제품 대비 경쟁력을 높였다.
헝가리 공장이 전진 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확정되진 않았지만 해당 공장에서 46파이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상신이디피는 헝가리 공장 생산 라인을 증설, 13개까지 늘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삼성SDI의 유럽 시장 공략 시나리오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금융 부담이 높아진 점은 부담이다. CAPEX 확대를 위해 금융기관 차입을 늘린 영향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상신이디피 금융원가는 38억원으로 전년대비 80% 증가했다. 차환 등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 부담도 커졌다. 작년 차입분 대부분이 단기 금융상품이었던 까닭이다. 총 290억원을 단기 차입으로 조달했다.
당해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론 전년대비 약 10%의 매출 성장을 점치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에서의 물량 공급이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다만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생산 계획 등에 따라 매출액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비안은 현재 삼성SDI 배터리를 자체 모델에 탑재 중이다. 예상대로 주문 물량이 확보될 경우 당해 매출액은 33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상신이디피 매출 증가율은 4%에 못 미쳤다.
상신이디피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 대상 고객사 다변화 시도도 경주하고 있다"며 "해외 영업팀을 통해 계속해서 물밑 접촉하고 있지만 현재 공개할 만한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