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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해운·운송 그룹 '유수홀딩스'가 영업 성과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거뒀다. 올해 중장기 주주 정책을 새로이 제시하는 등 당근책을 꺼내들었지만 영업 성적은 아쉬운 수치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물류 사업 약진으로 수익을 크게 늘린 것과 상반된다.
다만 이익률은 도리어 반등했다. 총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알짜 자회사가 약진한 덕이다. 해당 법인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그룹 전체 수익성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재무 여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인 만큼 이를 적절히 관리하며 매출을 새롭게 확보해 나가는 것이 유수홀딩스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유수홀딩스는 현재 실적 안정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매출 변동폭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 수준으로 수익이 위축됐다. 해상 운임 지수가 크게 내려 앉은 영향이 컸다. 2020년 중순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뛰어오른 글로벌 운임 지수는 2022년 말 다시 하향세로 돌아섰다.
유수홀딩스 관계자는 "해상 운임 관련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해 팬데믹 시기 대비 70% 가량 떨어지면서 전체 매출도 빠졌다"며 "운송비와 물동량 등 영업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들이 일제히 악화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타격을 받은 곳은 물류 자회사 '유수로지스틱스'다. 지난해 매출은 647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47% 감소했다. 유수홀딩스는 현재 유수로지스틱스를 100% 지배하고 있다. 유수홀딩스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그룹 매출은 대부분 유수로지스틱스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수로지스틱스가 지난해 운임 비용 등에서 고객사 대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 수익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진 면에선 선방했다. 지난해 유수홀딩스 연결 영업이익률은 6.1%로 전년대비 0.8%포인트 올랐다. 그룹사 연결 매출이 40% 가량 빠진 상황에서 이익률이 도리어 상승한 그림이다. 해운 특화 정보기술(IT) 솔루션 개발·공급 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 영향이 컸다. 싸이버로지텍은 흑자 환경에서 매년 20~4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등 수익성 기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룹은 내부적으로 수익성 개선 노력도 추가로 기울였다. 싸이버로지텍은 지난해 중국 현지 자회사인 'Eusu Newlife Logistics'를 매각했다. 해당 법인은 2022년 기준 전체 자회사 중 손실분이 가장 큰 곳이었다. 이듬해 싸이버로지텍은 보유하고 있던 Eusu Newlife Logistics 지분 전량(51%)을 처분, 이익률 방어에 돌입했다.
향후 그룹 매출 변동성 축소를 위한 경영 전략 수립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계열사 대부분이 해운·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 해운 물류 영업망 강화 및 신사업 확대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 그룹 전략 기획 업무는 조유경 전무가 도맡고 있다. 조 전무는 오너인 최은영 회장의 자녀로 2015년부터 재직해왔다. 2021년 모바일 플랫폼 업체 '진저나인'을 신규 설립하며 비즈니스 다각화에 나섰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해당 법인은 지난 2개년도간 8~10억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의 재무 여력은 안정적인 상황이다. 신사업 전개를 위한 지분투자, 연구개발(R&D) 작업을 활발히 전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긍정적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연결 유동비율은 560%대로 나타났다. 동기간 부채비율은 15% 수준으로 차입 관리 부담도 낮은 편이다. 배당, 임대 수익 등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