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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통 큰 주주 환원을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를 전년대비 2배 증액하며 주주 환원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주주 환원율은 33%로 1년새 6%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앞으로 이를 50%까지 높여 나간다는 포부다.
이같은 주주 정책 통과엔 이사회 의지가 반영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총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운영해 왔다. 이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인 함영주 회장과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제외하고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 1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안건을 통과시키며 주주 환원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사외이사진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사외이사 독립 회의체를 구성해 이사회 주요 안건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검토가 가능토록 변화를 줄 예정이다. 경영진의 의견을 덜어낸 외부 전문가의 평가에 더욱 무게를 싣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현재 사외이사인 김홍진 의장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김 의장은 증권예탹결제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을 거친 경제 분야 전문가로 지난해 초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2018년 외부 자문기관 추천으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 의장은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가운데 사외이사는 총 8명이다. 김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금융, 경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절반은 현직 교수다. 사기업 전 임원도 배치해 경영 부문도 보완했다. 박동문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가 2021년부터 3년째 사외이사직을 역임 중이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이강원 법무법인 다담 대표변호사도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법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기조 강화에 일제히 동의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2월 열린 이사회에서 분기 배당 신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안건을 결의했다.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안건도 통과시켰다. 특히 이날 이사회에서 그룹의 중장기 주주 환원율 목표치를 50%로 공식 설정했다. 이후 익월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올해 사외이사진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를 올해부터 개최, 이사회 주요 의안에 대해 보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해 약 5회 가량 이를 계획 중이다. 이전까진 각 소위원회별 사안에 대해서만 사외이사 단의 단일 논의가 이뤄져왔다. 각 사안별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안건들을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 위원회를 통해 처리해온 식이다.
동시에 사외이사 전반 관리도 강화한다. 올해부터 사외이사 평가 기준과 절차 적정성 관련 사안을 외부 전문 기관으로부터 주기적으로 검토 받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른 변화다. 하나금융지주는 사외이사의 역량과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 매년 초 사외이사에 대한 자기평가, 상호평가, 직원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절차를 보다 개선하기 위해 3년마다 외부 전문 기관에 평가 기준의 적절성을 검토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이사진은 일부 변화가 예고됐다. 김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3명이 임기 만료로 빠지고 4명이 사외이사로 새롭게 합류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다. 경영진도 추가 합류한다. 기존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했던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사내이사로 새롭게 합류한다. 현재 사내이사인 함영주 회장과 함께 실무 전력이 강화되는 그림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사의 전문성, 다양성 등 역량을 다각도로 고려해 금번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