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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장비 업체 '아바코'가 근래 큰 폭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하반기 계속해서 우하향 흐름을 나타내던 것과 상반된다. 주주 정책 관련 뚜렷한 움직임이 없던 상황에서 유의미한 규모의 주식 소각이 밸류에이션(시가총액) 확대 촉매로 작용했다. 현재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최근 금융 당국의 상장사 가치 제고 독려 움직임이 배경으로 꼽힌다. 아바코는 지난달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 발표 직후 한 달여만에 자사주 소각을 결의했다. 2005년 코스닥 상장 후 두 번째 주식 소각이자 최초 소각 당시 대비 금액을 2배 이상 늘렸다. 이에 앞서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선 소위원회 신규 설치 안건을 논의했다. 내부적으로 밸류에이션 관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정부 기조에 발 맞추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바코는 최근 뚜렷한 밸류에이션 개선세가 감지된다. 이날(22일) 기준 시가총액은 2500억원대로 올초 대비 약 25% 증가했다. 올해 주가가 훈풍을 타며 밸류업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주가 수익률은 19.4%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이달 예정된 자사주 정책이 재료가 됐다. 아바코는 오는 28일 84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총 발행 주식수 대비 3.2% 규모다. 장기간 묻어뒀던 자사주를 금융 당국 밸류업 기조에 맞춰 적시에 꺼내는 모습이다. 이달 기준 아바코는 총 100만6134주(6.5%)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을 주주 환원 확대 목적으로 내놓은 그림이다.
주주 정책에 본격적인 변화 신호가 감지된다. 아바코는 그간 다소 소극적으로 자사주 정책을 전개해 왔다. 앞서 진행한 주식 소각은 2020년 8월 건이 처음이었다. 코스닥 상장 후 약 15년 만이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영향으로 주가가 급격히 내려앉은 영향이다. 아바코는 기보유 자사주 가운데 4분의 1 규모 소각을 결정, 주가 관리 태세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주주 환원 가능 재원 가운데 30억원을 투입했다.
다만 금번 소각분은 금액 면에서 현 재무 상황 대비 크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아바코의 배당 가능 이익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앞서 아바코가 자사주 취득 당시 자체적으로 추산한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 한도 계산식을 단순 대입한 금액이다. 이를 준거로 올해 자사주 소각분 규모를 책정하면 전체의 10%에 못 미친다. 정부 밸류업 기조에 따라 자사주 정책을 강화하되 추진 속도는 조절한 그림이다.
향후 추가 조달 가능성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는 경영상 필요시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된다. 실제 앞서 아바코는 자사주 물량을 대거 처분해 여유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유형자산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목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중순 보유 주식 100만주를 처분해 약 200억원을 회수했다. 보유분의 50%를 정리해 투자를 위한 목돈을 마련했다.
지배구조 개선 차원의 노력도 견지됐다. 아바코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신규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감사위원회는 상법에 따라 이사 및 경영진 업무를 독립적으로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별도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의무적으로 이를 설치해야 한다.
아바코는 감사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별도 자산총계는 3450억원이다. 그럼에도 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설치함으로서 경영 과정의 전문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맞물려 향후 사외이사 추가 선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감사위원회 구성원은 3인 이상, 이 가운데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현재 아바코 이사회엔 김중기 사외이사 1명만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