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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해운·운송 그룹 '유수홀딩스'가 주주 환원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걷었다. 중장기 주주 정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앞서 직전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약속된 주주 가치 제고 계획이 종료된 상황에서 당근책을 한 차례 더 꺼내들었다. 주요 투자 지표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시가총액)이 충분히 반등치 못한 상황에서 시장 불확실성 제거에 초점을 맞췄다.
유수홀딩스는 올해 신규 주주 환원 청사진을 내놨다. 금융 당국에서 추진 중인 상장사 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정책과 발맞춰 새롭게 중장기 환원 계획을 밝혔다. 우선 시장 환원과 관련한 입장을 선제 발표, 당국 기조와 궤를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연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추가로 더 나올 경우 별도 내부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번 주주 정책은 총 3개년도에 걸쳐 진행된다. 오는 2026년까지 고정적으로 배당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매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수홀딩스는 이번에 자기주식 매입 등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주주 환원 자금은 배당으로 집행될 전망이다. 세부 배당 계획과 관련해선 잉여현금흐름(FCF)의 최소 10% 이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 지난 3개년도 배당 규모는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배당 성향 84%를 비롯해 직전년도 두해 모두 30%대를 유지했다. 이는 앞서 2017~2019년 주당배당금(DPS)이 0원이었던 것과 상반된다. 유수홀딩스는 2021년 초 대규모 주주 환원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입장에 변화를 줬다. 당시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크게 순익의 30% 이상, FCF 최소 10% 이상을 제시했다. 2023년까지 총 3년간 이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사회는 올해 다시 한번 유인책을 내놓으며 시장 불확실성 제거 노력을 기울였다. 약속했던 주주 정책이 작년을 기점으로 마무리되는 일정이었던 만큼 환원 관련 투자자 궁금증도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유수홀딩스는 올초까지만 해도 "이사회 결정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중장기 주주 환원 가능성에 대해 확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신규 주주 정책을 공식화하며 투심 관리에 나섰다.
주요 주주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수홀딩스엔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한 외부 투자자가 포진해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자산운용사 'Miri Capital Management LLC(이하 미리캐피탈)'다. 미리캐피탈은 지난달 기준 유수홀딩스 지분 11.08%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대비 지분이 0.9%포인트 올랐다. 이들은 유수홀딩스가 최근 중장기 환원 계획을 추가로 발표한 직후 수 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더 늘렸다.
이들은 평소 회사 측에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적 투자자(FI)이자 핵심 주주로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단순하게는 주주 환원과 관련한 요구부터 사업적으로 꾸준히 성장 가능토록 경영 전략 면에서의 제안까지 의견을 두루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리캐피탈은 지난 2022년 5% 이상 주주로 처음 이름을 올렸고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유수홀딩스 관계자는 "해당 펀드는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 돼 있거나 비교적 최근부터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시작한 곳에 주요히 투자하는 곳"이라며 "국내 상장사 중 투자한 법인도 유수홀딩스를 비롯해 정보기술(IT) 기업 몇 곳만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유수홀딩스 연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5년 이후 9년 연속 1배 미만을 가리키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도 첫 3개년도 주주 환원 정책 시행 당시 6~14배에 그쳤다. 지난해 PER이 15배 수준까지 깜짝 반등한 것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반대 급부다. 당해 유수홀딩스 주당순이익(EPS)은 392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3배 가까이 줄었다. 주가가 하향세인 가운데 EPS가 내려앉으며 PER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