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의 재무안정성이 약해졌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최근 2년간 2배 가까이 악화됐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인수금융을 일으키고 금리 인상에 따른 업황 악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린 결과다. 외부에서 많은 자금을 빌린 까닭에 이자비용 부담도 커졌다.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현금창출력 향상이 필요하다.
중흥건설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82%로 전년동기 대비 18%포인트(p) 상승했다. 2년 전인 2021년 말과 비교하면 34%p 올랐다. 지난해 말 차입금의존도는 39%로 전년동기 대비 4%p, 2021년 말과 비교하면 18%p 상승했다.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두 지표 모두 2년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은 200%, 차입금의존도는 20% 미만을 적정 수준으로 본다. 중흥건설은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부채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재무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진 건 아니지만 두 수치가 최근 많이 오르고 있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재무안정성이 약해지는 기간 중흥건설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중흥토건과 함께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인수금 납입일 기준으로 2022년 초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지분 10.15%를 413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금 마련을 위해 KB증권을 포함한 금융사들로부터 1785억원을 장기로 빌렸다. 추가로 익산농협 등에서 장기 자금을 빌렸다.
이 기간 중흥건설은 줄였던 PF대출도 늘렸다. 2021년 말 1780억원이던 PF대출 규모는 2022년 말 472억원으로 약 4분의 1로 줄었으나, 2023년 말 2224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연이자율 6.15%의 고금리 대출을 신규로 일으켰다. 과거에도 PF대출을 지속해서 일으켰지만 연이자율은 최대 4% 초반 수준이었다.
PF대출 증가는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 증가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점과 관련 있다. 최근 2년간 금리 인상으로 건설·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공사대금과 분양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발주처와 계약자들이 늘면서 건설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둔화했다. 중흥건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1188억원으로 최근 3년간 가장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인수금융과 PF대출 확대는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중흥건설의 이자비용은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72억원) 늘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2배 가까이 상승한 지난 2년간 이자비용 증가율은 358%(194억원)에 달한다. 이자지급능력도 약화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0.7배로 1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2020년만 해도 중흥건설 이자보상배율은 11배일 정도로 우수했다. 하지만 최근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커지고,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분양 수요 감소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2.5배, 2022년 1.0배로 떨어졌고 지난해 이자비용만큼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 중흥건설의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없어서 제외)은 541억원이다. 전체 차입금이 5477억원으로 단기간에 차입금을 대폭 줄이고 이자비용 부담을 크게 낮추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따라서 차환이 아닌 상환을 하기 위해선 그간 계속해서 떨어진 현금창출력을 회복하는 게 재무안정성 회복의 필요조건이다.
올해 현금창출력 회복을 좌우하는 주요 사업장은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오산세교'와 전라남도 광양시에 있는 '광양와우'다. 아파트 단지를 짓는 두 사업장에서 받기로 예정한 분양미수금만 856억원이다. 선원하이파크밸리와 중흥산업개발 등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공사미수금 351억원도 필히 회수해야 한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체로 보면 자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그간 보면 초기 분양률이 낮은 아파트도 지은 뒤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