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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하나금융지주가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지난해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 비중을 늘려나가는게 금융 지주의 공통 과제인 상황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비은행권 손실은 지난해 4분기 특히 더 집중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성 위험이 가시화되며 그룹 계열사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을 선제 적립한 영향이 컸다. 올해는 이를 일부 해소하며 비은행 부문 전반의 분위기 회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강점을 갖고 있는 투자은행(IB) 분야 영업은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영업 실적이 근래 지속 하향세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이자 수익이 약화된 2021년 그룹 내 비은행 부문 비중은 크게 증가했으나 이후 2년 연속 위축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연결 기준 5.5%로 2021년 대비 약 27%포인트 내렸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 경쟁력이 떨어진다. 타 금융 지주와 비교하면 이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 신한은행, KB금융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각각 35%, 34%를 기록했다.
이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비은행 부문 성장 성과를 거뒀다. 이후 마찬가지로 하향세로 돌아섰는데 그럼에도 어느 정도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기여도 30%대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 본연의 이자 수익 수취 사업 외 새로운 영역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힌 그림이다. 이는 금융 지주의 사업 안정성 확보, 신규 성장 동력 발굴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계열사 하나증권의 부진이 뼈아팠다. 하나증권에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나며 그룹 전체 비은행 사업 기여도를 끌어내렸다. 구체적으로 하나증권은 지난해 27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충당금 적립이 발목을 잡았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지난해 부동산 PF 리스크 대응 등 선제적 손실 흡수 능력 확보를 위해 충당금 규모를 늘리면서 하나증권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말 기준 1240억원으로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전년동기 대비 약 32% 증가했다. 그룹 전체 대손비용률은 지난해 말 0.39%로 나타났다.
타 계열 법인의 수익성도 지난해 일제히 감소했다. 사실상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영업 실적이 모두 뒷걸음질 친 모습이다. 직전년도 대비 순익이 62% 쪼그라든 하나생명을 비롯해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하나자산신탁 등이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하나저축은행의 경우 증권사와 더불어 적자 전환했다. 조달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이 맞물리며 저축은행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영향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쌓아둔 충당금을 올해 조금씩 털어 나가면서 비은행 부문 손익을 턴어라운드 시키는게 목표"라며 "결국 신사업 개발,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수익 다각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내부적으로 여러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하나카드가 새롭게 출시한 신용카드(원더카드) 제품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선보인 해외 결제용 체크카드(트래블로그) 성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후속 모델이다. 아울러 금융권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는 토큰증권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꾸준히 금융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특히 하나증권의 경우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는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올해 자산관리(WM) 쪽으로도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