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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신한지주가 지난해 영업에서 견조한 성과를 내며 기초 체력을 끌어올렸다. 구체적으로 비이자 부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채권 보유분에 대한 평가 이익이 대거 반영되며 전체 영업 이익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비은행 이익은 퇴보했다. 증권 계열사 수익성이 크게 약화되며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체 투자 평가 손실이 집중적으로 인식된 영향이다. 올해 주주 환원 여력 확대를 위해선 순익을 추가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신한지주의 사업 전략과 대응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신한지주는 올해 순익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직전 사업연도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당해 주주 환원 규모를 전년대비 증액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금융 업권의 대표 재무 안정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주주 환원 재원은 올려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재무 활동을 통해 재정 여력을 보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업에서 보다 개선된 성과를 거두는 것이 더욱 우선시된다.
세부적으로 비은행 영역 강화 작업이 요구된다. 신한지주 비은행 부문 순익은 지난해 1조654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16% 감소했다. 산하 여러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특히 부진했다. 4000억원대였던 연 당기순익이 지난해 1009억원으로 수직 하강했다. 76%의 순익 감소율을 기록하며 비은행 부문 경쟁력 약화를 야기했다.
지난해 여러 대외적 악재가 맞물린 탓이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2023년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등 굵직한 이슈들로 부동산 리스크가 부상하며 대체 투자 평가 손실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계열사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가장 큰 손실을 인식했고 각각 캐피탈(신한캐피탈), 보험사(신한라이프) 등도 일부 평가손이 반영됐다. 부동산 개발을 위한 토지 취득을 위해 증권사 브릿지론 대출이 주로 활용되는데 건물이 당초 계획대로 완공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손상이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고금리 환경 하의 자본시장 둔화 영향도 컸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금리 인하에 따른 양적 완화 시기 대비 근래 시중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기업 활동도 눈에 띄게 줄었다. 기업간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등 투자은행(IB) 사업이 주 수익원인 증권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환경이다. 개인 투자자 증권 매매 수수료 수익분 역시 감소했다. 실제 지난해 신한지주 전체 비은행 비즈니스 가운데 자본시장 영역 순익 감소세가 36%로 가장 컸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IB 영역은 타 금융업권 비즈니스 대비 개개인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편인 만큼 맨파워를 강화해 지속적으로 증권 부문 경쟁력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지난 2022년 IB 업계에서 네임 밸류가 있는 김상태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했고 근래 리그테이블도 상승하는 등 개선 여지가 감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이자이익에서 견조한 성과를 거둔 점은 긍정적이다. 구체적으로 신한지주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전년대비 51% 증가한 3조429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 이익 중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같은 기간 6.5%포인트 상승했다. 세부적으론 비이자이익 가운데 유가증권 순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그룹 채권 보유분에 대한 평가 이익이 늘어난 까닭이다.
올해 비이자이익은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 채권 보유분에 대한 평가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가정할 경우 비은행 영역 반등도 점쳐진다. 일례로 주력 계열사인 '신한카드'의 자금 조달 비용이 하락해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지주 측은 "올해 13%대의 CET1 목표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주주 환원을 충분히 이행코자 한다"며 "탑라인의 견조한 수익률과 손실 흡수 여력을 고려했을 때 주주 정책을 뒷받침할 기초 체력은 현재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